삼척 산골 아낙네가 보내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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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전시회에 출품했던 조각보 작품. 2 삼척 농업기술센터 규방공예회원 심미화 씨의 조각보. |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비 소식 한 번 없이 계속되는 무더위에 밭 작물만큼이나 농부의 맘도 타들어갔습니다. 몇 년 만의 무더위라는 둥, 어느 지역이 가장 더웠다는 둥, 전력이 부족하다는 둥 연일 기록을 갱신하며 더위는 쉬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물놀이 하는 조카들만 신이 났죠. 더위에 바느질하는 제 손길은 더디기만 하고 9월 초로 예정돼 있는 회원 전시회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네요. 부족하지만 삼척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규방공예 수업을 몇 년째 맡고 있는데, 연세 많으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눈이 침침하다’ ‘어깨가 아프다’라고 말씀하시지만 비뚤비뚤 꿰맨 바느질에는 정성이 묻어납니다. 바느질이 성글더라도 올해에는 전시회를 한 번 하자고 약속하고, 이 찌는 듯한 무더위에 다들 각자의 작품을 완성해 와 저를 감동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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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전시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일지 모르지만 대단한 작품만 감동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늘그막에 우리 이렇게 모여 바느질하면서 웃고 떠들고 행복했다고 회상하게 될 거예요. 고마워요”라며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회원들의 모습에 제 마음까지 환해졌죠. 바느질하면서 느꼈을 행복감.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저희 집에 놀러온 지인의 딸이 제게 “아줌마는 우리 엄마 아빠 어떻게 만났어요?”라고 묻더라고요. 그 아이 아빠가 “살다 보면 너도 학교에서만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야. 이러저러한 만남들이 있어”라고 합니다. 저도 한마디 거듭니다. “어떻게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만남을 이어가느냐가 중요하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 아이가 제게 또 묻습니다. “나중에 저 결혼할 때 오실 거죠?” “물론.”
시골에 와서 만난 이런 작은 인연이 소중한 인연으로 남을 수 있게 가을걷이 하는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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