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

재활용품 활용한 우리집 힐링 인테리어

아기 달맞이 2012. 12. 19. 07:00

버려지는 병들에 식물 줄기를 잘라 담가보세요

[연재] 임의선의 힐링 인테리어

여자라면 누구나 꽃과 식물을 사랑하겠지만 의외로 꽃바구니나 꽃다발 선물에 시큰둥한 여자도 많다. 왜일까?

탐스럽고 건강한 장미 한 송이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살림을 하는 주부들에게는 착하지 않은 가격의 꽃이 비실용적인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황홀한 색상의 조화와 후각을 자극하는 꽃향기에 끌리더라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뒤돌아섰던 경험들이 대부분의 여성들이 꽃과 식물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여인들은 식물이나 꽃 선물을 너무나 좋아한다. 사치품이라 생각되면서도 끌릴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슬픈 본성!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저렴한 비용에 이 아리따운 것들을 내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단 먹으려고 마트에서 구매했던 커피 병, 주스 병, 탄산수 병, 여러 가지 잼 병, 디자인이나 색이 예뻐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각종 병들을 깨끗이 씻어 보관해 둔다. 여기에 집 앞에서 자라는 혹은 집에 사는 식물들의 줄기를 잘라 물을 담아 꽂아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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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병들에 꽂아두니 뿌리를 내리는 식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임의선

과연 이 예쁜이들이 언제 뿌리를 내릴 것인가 맘 졸이며 기다리기를 며칠….

몇몇 아이들은 마음 아프게도 나의 이 실험에 통과하지 못했지만 트리안, 푸미라, 아이비, 사철나무 등은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싱싱하게 살아서 날 바라본다. 심지어 기억에서 잊고 지낸 사둔지 오래된 뿌리 난 고구마까지도 물에 받쳐두니 뿌리가 무성해지고 줄기가 무럭무럭 자란다.

실내에서도 잘 자라고 창가의 조그만 햇살에 투명한 병과 식물이 반짝거리니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내 마음이 이리 편안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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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비치는 식물이 한껏 반짝거린다. 뜨개받침을 병 아래 대줬다. ⓒ임의선

여기서 끝이 아니고 손으로 꼬물꼬물 거리는 것이 나의 취미인지라 이 아이들에게 소소한 꾸밈을 준다. 빈티지한 스티커 라벨을 붙여도 되고 병에 레이스나 와이어를 감기도 하고 이리 저리 내 맘대로 내 뜻대로 장식해본다. 과거에 한번쯤은 해보았던 십자수를 천에 수놓아 커버를 만들어 씌워주거나 날이 쌀쌀한 겨울에는 뜨개 받침을 만들어 병을 받쳐주니 비싼 인테리어 소품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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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해봤던 십자수를 이용해 재활용 병을 감싸봤다. 뒤쪽에 고무줄이나 끈을 연결하면 큰 병에도 사용 가능하다. ⓒ임의선

비싼 인테리어 소품이라 얘기하니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결혼 후 저절로 관심의 대상이 된 여러 종류의 그릇들이다. 노력에 비해 생각만큼 맛이 좋지 않던 요리 초보시절, 왜 이리 예쁜 그릇들에 욕심이 나던지…. 파스타 요리는 파스타 그릇에 한식요리는 전통 토기 그릇에 샐러드는 샐러드 그릇에 따라 요리를 담아놓으면 없던 맛도 절로 생기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잠시 핸드페인팅 폴란드 그릇에 꽂혀 저렴치 않은 가격으로 하나둘 구입해 때때로 사용하고 그랬는데 정신이 죄인지 손이 죄인지 그 비싼 아이를 깨버리고 만 기억이 난다. 이제 사용은 못하겠구나, 라는 아까운 생각에 한숨을 쉬며 그래도 차마 버리지는 못한 그릇조각을 기억해내고 꺼내본다.

그 조각을 우리 집 싱고니움 화분에 살포시 끼워 넣으니 이게 웬걸 생각지도 못하게 그림이 되는구나. 역시 버리지 않길 잘했어, 라는 자기만족에 행복해 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들 대부분이 물에 담가놓아도 되는 재질이 많고 조각이 나도 예쁜 무늬가 프린트 된 부분을 잘 활용하면 또 하나의 플랜트 소품이 탄생한다는 걸 한 번 더 실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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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컵에 담긴 수경식물에 깨진 그릇 조각을 넣어두었더니 프린트 된 부분이 포인트가 되어 산뜻해보인다. ⓒ임의선

꽃시장에서 묘목 하나만 사와도 여러 곳에 나눠 키울 수 있고 물에 담아두니 물을 자주 줘야 하는 신경 쓸 필요도 없어 관리법도 초간단이다. 잘 잊고 게으른 나에게는 물을 채워주기만 하는 이 관리법이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식물 소품들은 난방으로 인해 건조한 겨울 집안의 습기도 조절해주고 더불어 공기까지 쾌적하게 해주니 참 좋다. 또한 버려지는 병이나 끈, 깨진 그릇들을 재활용하니 비용도 저렴하게 내 마음대로 나만의 스타일대로 디자인해 장식하니 꾸미는 것 자체가 보람되고 집안풍경과도 잘 어우러진다. 이리 생각해 볼 때 내 마음의 힐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가장 편한 내 집에서 몸과 마음까지 평안하고 안정된다면 이것이 바로 나의 힐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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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임의선은 상명대학교에서 배웠다. 생각나는 대로 만들고 오리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며 특히 바느질과 오래된 물건을 좋아한다. 동네 엄마들에게 수다와 바느질을 가르치고 소피의 오물리조물리 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개구쟁이 아들 녀석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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