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十二月의 詩 / 정호승

아기 달맞이 2012. 12. 10. 07:29

12월의 시

       
        十二月의 詩 / 정호승
      하모니카를 불며 
      지하철을 떠돌던 한 시각장애인이 
      종각역에 내려 
      흰색 지팡이를 탁탁 두드리며 길을 걷는다. 
      조계사 앞길엔 젊은 스님들이 
      플라타나스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분주히 행인들에게 팥죽을 나누어 준다. 
      교복을 입은 키 작은 한 여고생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그냥 지나가는 
      시각장애인의 손을 이끌고 
      팥죽을 얻어와 건넨다. 
      나도 그분 곁에 서서 
      팥죽 한 그릇을 얻어먹는다. 
      곧 함박눈이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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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Poinsett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