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다법(行茶法)
행다법(行茶法)이란
차를 마실 때 행하는 차 다루는 법과 관계되는 제반 다사법(茶事法),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예의범절과 그 분위기까지를 포함한 것--을 말한다. 실제로 차를 운용하는 일체의 행위, 즉 차를 우려 마시는 모든 일이 바로 행다법인 것이다.
우리 행다(行茶)의 일반적인 특성은,
첫째, 차의 품성에 맞춰 차 고유의 맛을 내는 데 정성을 들이며,
둘째,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분수에 맞는 넉넉함이 있으며,
셋째, 물과 불, 차와 다구, 손님과 주인 등이 모두 하나가 되어 더불어 즐기는 것이다. 또한 물 흐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우면서 동선(動線)이 간결하고 과장됨이 없는 것, 바로 그것이 행다례(行茶禮), 즉 차예절법인 것이다.
차를 마시는 형식에 따라 다례(茶禮)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의식(儀式)과 관련된 행다법과 일상생활과 직결된 생활 행다형식이다.
전자를 흔히 의식다례(儀式茶禮)라 말하고, 후자를 생활다례(生活茶禮)라고 표현하는데, 한국차문화협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규방다례(閨房茶禮), 생활차 예절, 선비차 예절, 가루차 예절 등은 모두 생활행다형식, 즉 생활다례로 보면 된다.
의식다례를 다시 기본의식다례와 구상의식다례(具象儀式茶禮)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여기에는 추모헌다례·접빈다례·경축다례 등이 포함된다. 기본의식다례는 모든 의식다례의 기본이 되는 다례법이 된다.
규방다례는 조선조 선비다례와 비교해 볼 수 있는데, 전통의 차문화 정신에 예술성과 전통성, 그리고 현대적 차음용의 편리성 등을 더한 다례법으로, 오늘날 한국차문화협회에서 사범자격 심의 때 실기시험 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행다법은 다시 종교적 관점에 따라 불교식과 유교식으로 나누기도 하며, 그 밖에 기독교와 천주교·도교 등에서도 나름대로의 행다법을 펼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제례에서 이루어지는 다례를 따로 분리시켜 특별히 제례다례(祭禮茶禮)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포괄적 의미에서는 제례도 의식의 한 형태로 의식다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의식다례는 격식이나 절차를 중요시하지만, 생활다례는 형식을 대폭 생략하고 절차를 간소화해 현대인들의 차생활에 편리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일각에서는 행다법, 즉 차생활 예절에 일정한 형식의 예절법이 무슨 필요가 있냐며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어떤 이는 행다예절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음다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어른을 만나 뵐 때 아무렇게나 고개만 숙인다고 해서 그것이 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두서 없이 이야기한다면 분명 그 대화는 아무 뜻이 없는 짐승의 한낱 울부짖음에 그칠 것이다. 어디에나 예절과 형식은 필요하다. 인사예법이 있고 어법(語法)이 있으며 공대법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령 군인들의 인사법인 거수경례(擧手敬禮)를 생각해 보자. 거수경례는 주로 군인들이 오른손을 모자 챙 옆에까지 올려(擧手) 상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행위(敬禮)이다. 이때의 거수는 행위이며 경례는 마음으로, 거수와 경의(敬意)가 일치되어야만 참다운 의미의 인사라고 보는 것이다.
의식다례의 계승 발전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행다법은 마땅히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형식이 없는 문화는 원형의 보존과 전승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례를 전통문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때도 내용과 형식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임은 주지의 사실이며,
어떤 문화가 온전하게 계승·발전되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이 상호 작용하며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차생활에 있어서 행다법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다만 너무 형식에 치우쳐 차생활 자체를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차문화협회나 가천문화재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차생활 예절은 예절과 전통을 중시하면서 결코 현대적 감각에 뒤떨어지지 않게 오랜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행다 예법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다만, 다른 문화가 그렇듯 차문화도 시대나 환경에 따라 변형될 수 있으며, 결국 변형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이치이다.
예를 들면, 『삼국사기』의 기록 이후 전개된 삼국시대의 행다법과 오늘날의 그것이 같을 수 없다. 제다(製茶) 과정을 비롯해 차와 관련된 일련의 모든 일들이 기록 부재 등으로 인해 그대로 보존되지 못한 것에 대해 필자 또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약 우리만의 독특한 차문화 예절법이 확실한 증거들로 오늘날까지 전승되었다면 현재의 논란들과 차문화 예절법에 대한 여러 목소리들은 모두 불식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한국차문화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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