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수도원인 영국 런던의 노팅힐 가르멜 여자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사랑의 침묵’. 수도자의 삶과 함께 침묵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사진 영화사 진진]
힐링은 최근 우리 문화계의 주요 트렌드다. 정목·혜민 스님 등 자기성찰을 강조한 스님들의 명상집이 출판계를 휩쓸었다. 대선주자들의 단골코스처럼 등장한 TV토크쇼의 제목 역시 ‘힐링캠프’(SBS)다. 톱스타들의 눈물 어린 고백과 속풀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산사에서 열리는 힐링 콘서트 등 각종 관련 상품도 잇따랐다. 급기야 유력 대권 후보가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면서 “힐링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할 정도다.
‘힐링’ 트렌드가 영화와 TV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우선 다음 달 11일 선보이는 영화 ‘사랑의 침묵’이다. 영국 런던의 노팅힐 가르멜 여자수도원이 무대다. 번잡한 도심 속 봉쇄수도원, 그 안에서 기도와 수행을 실천하는 수녀들의 일상을 그렸다.
2009년 역시 봉쇄수도원 내부의 삶을 그려 종교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관객 9만 명을 동원한 ‘위대한 침묵’에 이어지는 영화다.
‘사랑의 침묵’은 베일에 가려진 수도자들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진정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침묵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평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침묵의 시간을 어떻게 영상으로 담을 것인가”를 고민한 마이클 화이트 감독은 수녀들의 소소한 일상과 시간의 흐름을 세세하게 기록하는 데서 답을 찾았다.
수도원을 지배하는 침묵과 정적이 ‘위대한 침묵’의 주제였다면, ‘사랑의 침묵’은 그 침묵과 더불어 살아가는 수도자들에 방점을 찍었다. “침묵은 생각까지 다스리게 하고 음악이 된다”는 영화 속 한 수녀의 대사가 결론처럼 들린다.
영화배급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3시간 동안 정적으로 일관한 ‘위대한 침묵’보다 밝고 인간적인 수녀들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훨씬 흥미롭게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힐링채널로 선보인 ‘휴’채널. [사진 스카이라이프]
힐링과 명상을 내세운 TV 채널도 등장했다. 스카이라이프가 지난달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힐링채널로 선보인 ‘휴(休)’ 채널이다. 1시간에 고작 10여 컷 정도의 정적인 화면을 배경으로, 자연의 소리나 잔잔한 클래식음악을 들려준다. 날로 자극을 높여가고 속도감을 지향하는 최근 방송 트렌드와는 정반대다.
신숙경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은 “슬로우 라이프, 웰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마음의 평안과 치유를 구하는 힐링 트렌드에 맞춘 세러피(therapy·치료) 채널”이라며 “화면 전환이 워낙 느리다 보니 간혹 방송사고가 아니냐는 시청자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지만 모처럼 TV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았다는 반응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배경 화면으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작가들의 자연사진, 각종 명승지와 자연풍광, 명화 등이 나가고 있으나 앞으로는 시청자들이 촬영한 자연사진, 아이들 사진 등을 골라 내보낼 계획도 있다.
실제 외국에서는 고화질의 비경을 보여주는 프랑스의 myzen.tv, 미국 Amos TV 등이 힐링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