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계절을 타는 생선들이 있다.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알려진 때문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가 대표적이다. 그럼 ‘여름 생선’의 대표 선수는 누굴까. 미식가들은 민어(民魚)를 첫손에 꼽는다. 민어는 기골이 장대하다. 큰 것은 길이 1m가 넘고 무게는 20㎏ 가까이 나간다. 기껏 커봐야 30cm인 조기와 같은 ‘가계(家係·농어목 민어과)’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사람이야 ‘키 크면 싱겁다’지만 생선은 반대다. 클수록 먹을 게 많고 맛나다. 민어가 그렇다. 살은 두툼두툼 썰어 회로 먹는다. 뼈·머리는 매운탕을 끓이고 껍질·부레는 소금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민어는 특히 복더위를 앞둔 소서(小暑) 무렵이 달고 기름지기로 유명하다. 한 여름 산란을 위해 몸에 양분을 잔뜩 쌓아두기 때문이다. 예부터 ‘복달임 음식으로 민어탕이 일품, 도미탕이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는 말이 전해올 정도다.
기상청은 소서인 7일 서울 낮 최고기온을 30도로 내다봤다. 8일엔 31도까지 오른단다. 연 이틀 장대비가 온 뒤 끝이라 한결 더 덥게 느껴질 것 같다.
가만히 앉아 날씨 탓만 하느니 일찌감치 ‘민어 복달임’을 해보는 건 어떨까. 보통 7㎏ 이상을 상품(上品)으로 치지만 4인 가족은 2㎏짜리면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수산시장 상인들의 얘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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