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건강한 차인
황재덕 미광기획 대표, 한국차인연합회 자문위원
나는 차를 무척 많이 마시며 산다.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인 1958년도에 처음 홍차를 마셨는데 끓인 물에 티백 하나를 풍덩 넣어 적당히 우려내어도 그 향이 참 좋았다. 그
당시는 홍차가 유행했었는데 그 후 커피가 유행하여도 그것은 싫고, 담배 피울 줄도 모르고 술도 잘 못하고 그저 차만 마시며 살아왔다. 그렇다고 차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름답게 차를 내는 것은 아니고 습관적으로 마신다.
결정적인 계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1970년도에 심장이 나빠져 자생당한의원에 갔었는데 그 원장이 차를 마시면 심장이 좋아진다며 차 마시기를 권해서 그때부터 녹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당시 인사동에 가면 녹차를 구할 수 있어서 한 달에 서너 통 사다 약처럼 식전에 한잔, 식후에 한 잔 등 하루 10잔 이상은 꼭 마셨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가슴이 아프거나 뻐근함이 없어지고 심장이 많이 좋아졌다. 그 후 근 40년 간 녹차만 마셨고, 근래에 와서 간혹 중국차를 마시기도 한다.
손님이 오거나 직원이나 가족들에게 차를 우려 주면 그렇게들 좋아한다. 내 선물의 제1호는 물론 차다. 건강에 좋고 외화낭비도 막는다는 말에 누구나 쉽게 수긍을 한다. 친구 중에는 내가 준 차가 인연이 되어 차생활을 즐기게 된 이도 있다.
달밤에 베란다에 앉아 달을 보며 차를 마시노라면 시인이 따로 없다. 시적이거나 감성적이지 못한 나이지만 이때 만큼은 시인이 된 기분이다.꽃이 피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 마시는 차도 일품이다. 그리고 보면 나는 차 때문에 참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아왔다. 봄이
오고 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바삐 살았는데 차와 함께 하다보니 어느새 햇차를 기다리고, 봄을 기다리며 자연을 느끼고 더 가까이 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보성, 하동 등의 차밭도 여러 번 가 보았고, 좋은 차가 있는 곳이면 슬쩍 들러 차맛을 보고 오기도 한다. 차맛은 순수하고 그리고 뒷맛이 깔끔해서 좋다. 그래서인지 차를 사랑하는 차인회의 사람들을 만나보면 어쩐지 순수하고 고와 보인다. 행사에도 가보면 한복을 차려입고 예절을 지키며 우아하게 차를 내는 모습이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농촌에 가보니 속이 안 좋다고 꺽꺽하면서도 논두렁에 앉아 커피를 배달해 먹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뽕잎이나 기타 약이 되는 잎으로 차를 만들어 먹는다면 건강에도 좋고 돈을 낭비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차인은 차처럼 마음도 순수하고 행동도 다른 사람들 보다 순수하고 건강해 보인다. 차를 마셔서겠지만 그보다 그 심성 자체가 곱기 때문이리라. 그 고운 심성과 건강을 지키며 전국의 누구나 차를 마시는 사람이 되도록 더 많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자료출처 : 차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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