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묵은차 맛있게 먹는 방법

아기 달맞이 2012. 5. 16. 06:53



새것 치고 좋지 않은 것이 있으랴 만은 묵은 것에 대한 홀대가 녹차만큼 혹독한 것도 그리 많지 않다.
이제 막 개봉된 새 차는 무슨 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냥 조심스러운 대접을 받지만 어쩌다 주인의 눈 밖에 나서 먹다 남은 ‘묵은 차’ 신세가 되었다가는 다상에 오르지도 못한 채 선반 한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게 되니 말이다.

그러다 해를 넘겨 햇차라도 나오게 되는 날엔 묵은 차가 다관을 만나 향기를 뽐내게 될 가능성은 영 멀어지기 십상이다.
묵은 차가 이처럼 홀대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차를 개봉하는 순간 공기와 접촉하면서 습기와 주변의 냄새가 흡수돼 차 본래의 향과 맛이
흐려지거나 잃게 되기 때문이다.

문인들의 취미생활에 필요한 사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중국 명(明)나라 때의 『고반여사』를 살펴보면 차는 만든 다음에도 하지와 추분, 동지 등 모두 다섯 번에 걸쳐 다시 차를 불에 쪼여 보관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원래의 맛을 잃지 않도록 하는 차의 보관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차통은 비닐로 여러겹 싸서 보관

냉장고가 일반화되고 차보관 전용 냉장고까지 등장한 시대가 되었으니 옛 사람들의 우려 만큼 차를 보관하기가 어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차 보관은 세심한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차를 일년 이상 맛이 변치 않게 보관하려면 냉장실 보다는 냉동실이 좋다.
냉동실 바닥에 우려마신 차 찌꺼기를 깔아 잡냄새를 흡수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위에 한지를 깔아 차통을 보관한다.
차 통은 비닐로 여러 겹 싸서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한다. 진공 포장이 가능하면 더욱 좋다. 하지만 아무리 포장을 잘 한다
하더라도 반찬이 잔뜩 들어있는 냉장고나 양념이 든 찬장에 차를 함께 보관하다가는 온갖 음식 냄새가 스며들어 낭패를 보기 쉽다.


예전에는 봄에 만든 차를 보관하기 위해 불에 쬐어 말린 옹기 항아리와 죽순잎을 이용했다.
잘 다듬어 깨끗이 씻어 말린 죽순 잎으로 옹기 항아리의 안팎을 싼 다음 한지 봉투에 몇 번 먹을 분량의 녹차를 각각 포장해 항아리 안에 차곡차곡 쌓아 넣었다.
그 위에 다시 죽순 껍질을 덮고 기름종이로 다시 봉하였다고 하니 그 정성을 짐작할 만 하다.


새로 덖을 땐 약한 불에 1시간

차에는 약 0.5% 가량의 수분이 남아 있어 외부 공기와의 접촉이 있으면 색이 검게 변하거나 심할 경우 허옇게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다. 보통 1년 이상을 넘긴 차는 그냥 먹지 말고 다시 한번 덖어 마시는 것이 좋다.

오래된 차를 덖을 때는 바닥이 두껍고 다른 음식 냄새가 나지 않는 팬을 골라 은근한 불에 말리듯 덖는다.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차 잎을 훌훌 털어 고루 열기를 쐬도록 도와준다.
주걱 등 조리기구를 사용하게 되면 찻잎이 부서져 가루가 생길 수 있다.
눅눅한 기운이 사라지고 향긋한 차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따뜻한 곳에 한지를 깔고 1시간 정도 화기를 식힌 후 차통에 보관한다.
차를 덖을 때는 가루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 한다.
가루는 쉽게 타기 때문에 차에서 탄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눅눅하거나 변색 등이 심하지 않다면 찻잎을 한지에 올려놓고 약한 불을 쪼여 말리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덖은 차를 마실 경우에는 첫물은 온도를 낮게 하여 헹구어 버리는 것이 좋다.
녹차의 경우 1년 이상을 넘긴 것은 다시 한번 덖는 것이 좋지만 홍차 등 발효차는 2, 3년 정도 지나도 맛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