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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낙들은 이맘때 ‘나물 캐는 노래’라는 노동요(勞動謠)를 부르며 일손을 바삐 움직였다. 음력 2월엔 냉이·달래·씀바귀 등 들나물이 지천(至賤)이라면 요즘(음력 3월)은 산나물이 대세다.
곰취·두릅·고사리·도라지 등 산나물 가운데서 우리 선조들이 귀천을 가리지 않고 가장 즐겨 먹은 것은 도라지다. 기제사엔 뿌리·줄기·잎 채소로 삼색 나물을 구성해 한 접시에 담는데 이때 도라지 나물은 필히 포함되는 흰색 채소다.
도라지를 흰색 식품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백도라지·청도라지·흑도라지 등 종류가 다양하다. 뿌리가 아닌 꽃 색깔에 따라 품종이 나뉘는데 성분 차이는 별로 없다(국립산림과학원 김상수 박사).
영양적으론 저열량(생것 100g당 96㎉)·고탄수화물(24.1g)이다. 유해산소를 없애고 피부 미용, 감기 예방 등에 유용한 비타민C가 의외로 많고(100g당 27㎎) 칼슘(35㎎, 뼈 건강 유지)·철분(4.1㎎, 빈혈 예방)·칼륨(453㎎, 혈압 조절)·식이섬유(변비 예방)가 풍부한 것이 강점이다.
완소 성분은 인삼의 웰빙 성분으로 유명한 사포닌이다. 도라지엔 사포닌이 100g당 2g가량 들어 있다.
사포닌은 다양하게 건강에 이로움을 준다. 호흡기 점막의 점액 분비를 늘려 가래를 삭혀 주고 면역력도 높여 준다. 침 분비를 촉진하며 염증·궤양 억제, 항암, 진통, 혈당 강하, 혈관 확장 효과도 지닌다. ‘일 인삼, 이 더덕, 삼 도라지’라는 말이 있는데 셋 다 사포닌이 들어 있는 식물이다.
도라지의 수명은 3년가량이다. 한 장소에서 3년이 지나면 뿌리썩음병이란 바이러스 질환이 퍼진다. 인삼이 6년, 장뇌삼이 12∼18년, 산삼이 50년 이상인 것에 비하면 단명하는 셈이다. 이는 도라지가 그만큼 단기간에 더 많은 영양분을 땅에서 흡수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10년 묵은 도라지는 산삼보다 낫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 같다. ‘장수 도라지’를 키우려면 3년마다 옮겨 심어야 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20년가량 키운 것이 ‘장생도라지’(상품명)다.
한방에선 도라지를 귀한 약재로 친다.
한방에선 기혈(氣血)을 보강하고 배 속의 냉기를 덜어 주는 용도로도 흔히 처방한다. 설사나 술독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만성 기침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노약자, 위궤양 환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도라지가 위 점막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고 봐서다. 도라지는 주로 뿌리를 먹는다. 봄과 가을에 캐 생으로 먹거나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어린 잎과 줄기도 데쳐 먹을 수 있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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