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5월의 산야(山野)는 자연 마트다.
어느 산, 어느 들녘에 가더라도 자연이 잉태한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달래와 냉이는 철이 좀 지났지만 두릅과 원추리, 취나물과 돌나물 머위 그리고 방풍나물이 널려 있다. 체질이 뒷받침해준다면 옻 순도 매력적이다.
미처 바빠서 산야로 발길을 들이지 못한다면 한 번쯤 재래시장이나 마트라도 가보자.
중부권지역 최대 5일장인 대전유성시장. 지난 9일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가 "봄에는 두릅이 최고여.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묻혀 먹으라"고 말한다. |
우리 땅에서 나는 신토불이 먹을거리는 자연이 베푸는 보약 한 첩이다.
'쑥맥'이라 불릴 정도로 맛이 변함없는 쑥은 다른 어떤 재료와 섞어도 그 향과 맛을 잃지 않는 지조를 지니고 있다.
내년 봄에 만날 냉이와 달래도 그 향과 맛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4, 5월에만 만날 수 있는 '산채의 왕자' 참두릅(자연산)은 '목두채사록두용(木頭菜似鹿頭茸)'이라 한다. 생긴 게 마치 사슴 뿔 같다 해서다. 단백질과 지방,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니 녹용 못지않다.
5, 6월에 채취할 수 있는 생 죽순(竹筍)은 그 머무름은 짧지만 맛과 향은 그만큼 진하다.
시골밥상을 수십 년, 수백 년 지켜온 우리의 나물은 세월이 변해도 그 효능과 맛, 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도시밥상은 어떠한가.
5월 우리나라 산야는 먹을거리가 풍부한 자연마트다. 한 모녀가 13일 대전 유성구 장동 계족산에서 쑥을 채취하고 있다. |
식당가 2, 3개 점포 사이 하나씩 눈에 띄는 인스턴트, 패스트푸드점은 또 어떤가.
열량은 높지만 영양소는 없고, 입에는 달지만 몸에는 독이 되는 먹을거리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탄산음료에 넣은 인공향료는 우리 몸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지만 그 멋지고 화려한 광고에 우리는 현혹돼 가고 있다.
이런 식품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우리 몸의 결론은 뻔하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평균수명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명 중 1명으로 누구나 암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치료법이 나아지고 치료율도 높아졌지만 예방이 먼저다. 암 예방과 치료를 위해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여러 연구 결과다.
식품산업의 부패한 먹이사슬을 해부한 '독소'의 저자 윌리엄 레이몽은 또 다른 저서 'Toxic Food'에서 "독소식품을 거부하는 것은 시민저항이다. 그 저항은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몸의 유전자를 공격하는 적, 독소식품에 대한 경계다.
요즘같이 좋은 날, 산과 들로 달려가 제철 재료를 채취해 우리의 식탁에 올려놓는 것도 독소식품에 대한 저항이자 우리의 건강을 바꾸는 일이다.
쉽지 않다면 시장을 가자. 우리를 대신해 산과 들에서 봄나물을 캐 시장에 내다파는 '생명의 전달자' 아낙들도 있지 않은가.
조리가 어렵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사찰음식연구가인 선재 스님은 여러 저서에서 최소한의 양념으로 버무린 제철 자연요리가 몸속 독소를 배출하고 병고를 녹여낸다고 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여러 책에서 실증해내고 있다.
햄과 소시지의 조리법이 아무리 쉽다 해도 우리 몇몇 봄나물의 요리법만큼 쉬우랴.
두릅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씻지 않고 남은 것은 종이에 싸서 냉장보관하고, 씻은 것은 소금물에 데쳐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하면 된다.
쑥은 씻어 된장 끓일 때 넣으면 끝이다. 죽순은 밥 지을 때 함께 넣어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바로 죽순밥이요, 봄동을 간단한 양념장에 무치면 봄동겉절이다.
식탁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자연이 주는 5월의 마트, 산야로 나가자.
글·사진=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se@donga.com
'즐거운 요리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에 좋은 올리브 新활용법 (0) | 2012.05.26 |
---|---|
산사에서 맛보는 색다른 소스 (0) | 2012.05.25 |
그릇은 음식의 옷, 댁의 밥상은 어떻습니까 (0) | 2012.05.04 |
체온 1℃ 높이는 푸드테라피 (0) | 2012.04.22 |
채소스프 만드는법 (0) | 2012.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