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에 빠지다. again, DIY (2)

아기 달맞이 2012. 3. 6. 08:40

니트 디자이너 이해옥의
좋은 소재와 상상력 그리고 정성의 조합, 손뜨개

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했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뒤늦게 패션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유독 관심이 가는 분야가 니트였다는 니팅 스튜디오 ‘단주(丹珠)’의 이해옥 대표. 수편기를 구입해 사용해 보았지만 기계로는 머릿속으로 그린 디자인을 표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손뜨개란 단순한 실의 조합이 아니라 좋은 소재, 상상력 그리고 정성이 삼박자를 이루어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아끼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여기에 ‘사랑’까지 더해지는 것이 바로 손뜨개다.

“많은 사람들에게 손뜨개를 가르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데 뜨개질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반복적으로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서 불안감이 사라지고 일상의 어려움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느낍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어떤 실을 선택할 것인지, 또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인지 등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미 ‘행복한 뜨개질’은 시작된 셈이랍니다.”

손뜨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손으로 뜨는 일’ 또는 ‘뜨개질하여 만든 옷’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한 니트도 뜨개고 시골 장터의 뜨개방에서 산 소박한 실에 정성을 담아 만든 촌부의 목도리도 뜨개다. 하지만 이해옥 대표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손뜨개의 모토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명품을 내 손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그녀는 작업하는 즐거움에만 머무는 어려운 테크닉 위주의 손뜨개가 아니라, 만드는 즐거움에 입는 즐거움까지 더한 디자인 지향적이고 패셔너블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복잡한 기법을 사용하기보다는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디자인적으로는 단순하면서 세련된 작품을 선호한다. 외국에 비해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우리의 손뜨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진 옷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녀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her advice
나만의 니팅 프로젝트 일기를 써라 누군가에게 손뜨개 옷을 선물하고 한참 지나서 그때 그 작품을 다시 작업하려고 할 때, 어떻게 작업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니팅 저널. 여기에 작품 이름을 비롯해 디자인 스케치와 노트, 무늬편 패턴, 게이지와 바늘 호수, 라벨과 스와치 그리고 완성 작품 사진을 정리해두는 것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바늘의 재고 현황 도표와 치수 환산 도표까지 함께 그려 넣으면 좋다.

틀에 박힌 기법에 집착하지 마라 웬만한 손뜨개 테크닉을 익혔다면 그 다음에는 도안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만의 손뜨개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 도안 없이 하는 뜨개가 처음이라면 기존의 도안에서 디자인을 살짝 변형해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녀가 디자인하고 손뜨개로 완성한 작품들. 옷과 가방, 작은 인테리어 소품까지 손뜨개로 못 만드는 것이 없다. 수입 털실은 다소 비싸긴 해도 아직까지는 국산 털실에 비해 컬러가 예쁘고 질감이 좋아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애용한다.
/ 여성조선
취재 강부연·윤미 기자ㅣ사진 이보영, 방문수,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