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에 빠지다. again, DIY (1)

아기 달맞이 2012. 3. 6. 08:38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은 늘 바빴습니다. 언니의 스웨터를 풀어 동생의 카디건을 만들고, 옷의 닳은 소매나 무릎에는 귀여운 곰돌이 모양으로 아플리케를 해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손 못지않게 아버지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몇 날 며칠 나무를 자르고 깎고 뚝딱뚝딱 망치질을 해 앉은뱅이책상과 찬장을 만들어주셨지요. 모든 것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 DIY로 만든 물건에는 부모님의 알뜰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그것은 부모님에게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특별한 취미였지요. 2012년, DIY가 다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에 빠진 사람들은 DIY를 통해 삶의 즐거움과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말합니다. 고수들에게 듣는 DIY의 매력과 초보자를 위한 살뜰한 팁까지 DIY의 매력 속으로 한번 빠져보실까요?

퀼트 작가 오영실의
삶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퀼트 이야기

“17년 전 아들 녀석과 단둘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저 또한 삶의 활력을 되찾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여행 중 소박한 어느 시골 마을에서 아주 작은 퀼트숍을 발견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걸이며 이불, 가방 등 퀼트로 만든 여러 소품들로 둘러싸인 숍 한구석에 돋보기를 쓰고 바느질하는 노부인이 있었습니다. 그 노부인을 보는 순간, ‘아,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없이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어요. 그렇게 퀼트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녀는 퀼트를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퀼트를 빼놓고 그녀의 생활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바느질하는 사람 치고 ‘보빈느 퀼트’의 오영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퀼트의 대가로 이름이 알려졌다.

국내 1호 업홀스터리(upholstery) 장인인 남편과의 첫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한 의자. 남편이 되살린 의자에 그녀가 만든 퀼트를 씌웠다. / 퀼트 도구를 모은다는 것이 사치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도구를 수집하면서 작업하는 힘을 얻기도 한다.

“퀼트는 단순한 바느질을 넘어 서로 다른 디자인의 조각 천을 바느질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작업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성한 작품을 보는 즐거움만 아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조각을 맞추고 바느질을 하는 동안에는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마음이 금세 사라집니다.

또 이렇게 완성한 퀼트 작품에는 나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사춘기였던 아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을 때 완성했던 작품,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던 작품…. 저의 모든 퀼트 작품에는 집안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그 작품들을 볼 때면 당시가 생생하게 기억이 나죠.”

그녀는 퀼트가 취미생활로 즐기기 참 좋은 분야라고 말한다. 취미생활의 한계는 더 이상의 전개, 즉 발전이 없다는 것인데 퀼트는 다르다는 것. 수강생들에게 똑같은 패턴 9장을 똑같이 나눠줘도 완성품을 보면 모두 다르다. 정해져 있는 답이 없다는 이 같은 퀼트의 무한한 매력 때문에 아직도 바늘을 잡으면 흥분되고 짜릿함을 느낀다는 그녀다.

her advice

반드시 핸드 퀼팅을 고집하지 마라 퀼트를 하다 보면 꼭 손으로 바느질을 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물론 머신을 이용한 것보다 손바느질로 완성한 작품이 더 섬세할 수 있지만, 머신 퀼트는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과 함께 머신으로 표현 가능한 여러 가지 기법이 있어 손바느질과는 다른 매력이 분명 있다.

천을 선택하는 안목을 길러라 아무리 멋진 바느질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천 자체가 아름답지 않으면 멋진 작품을 만들기 어렵다. 퀼트는 소장 가치가 있는 핸드메이드의 작품이기 때문에 퀼트 마니아들은 낡을수록 멋이 나는 빈티지 천을 많이 이용한다.

견문을 넓히고 작품을 즐겨라 퀼트를 취미 이상으로 즐기고 싶다면 학생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다양한 퀼트 작품을 눈여겨보는 것은 물론이고 미술 작품 등을 보면서 배색 매치 등의 영감을 얻는다. 같은 빨강이라도 나라마다 컬러 칩이 미묘하게 다르다. 다양한 천을 접하면서 작품을 구상해보는 것도 좋다.

퀼트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모으게 된 빈티지 패브릭들. / 색상매치가 뛰어난 퀼트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