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요즘같이 눈꽃바람 부는 날이면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적당한 감상주의가 허무맹랑하게 고개를 쳐든다. 주체할 수 없이 마구마구 멜랑꼴리해지는 거다. 이럴 땐 같은 듯 다른, 서울하늘 아래 내려앉은 `겨울 감성`들을 경험하는 게 적격이다. 마음을 열고 들여다보면 평소 무심했던 동네 구석까지 사람들의 체취와 이끼처럼 쌓여 있는 희로애락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이는 알려져 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이들이 더 많은 곳. 가볍게 마음을 다 잡고 산책할 수 있는 서울 속 가볼만한 동네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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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목길 `세종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중간에 북촌이 있다면 경복궁의 서쪽, 인왕산 밑에는 세종마을이 있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장소를 포함한 동네라는 데서 지명이 유래됐다.
세종마을(일명 서촌)은 종로구의 효자, 통인, 필운, 체부, 옥인동 등 15개 법정동을 포함한다. 동서로는 경복궁의 서쪽 담장에서부터 인왕산 산자락 바로 아래까지, 남북으로는 윤동주시인의 언덕에서부터 경복궁역과 사직단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포함된 동네가 바로 세종마을이다. 이 마을의 골목여행은 역사와 예술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가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는가 하면 박노수가옥, 이상범가옥 앞에서는 산수화, 한국화가 절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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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이 살던 옛집, 시인 윤동주의 하숙집 터와 시인의 언덕 등도 여행객들의 무딘 시정을 일깨워준다. 세월의 두께가 느껴지는 고옥,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그리고 통인시장 등은 유유자적한 빈티지여행의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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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마을의 전통시장인 통인시장은 서민들의 애환을 살갑게 느낄 수 있는 곳. 일제강점기인 1941년 지금의 자리에 공설시장이 설립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사람냄새 나는 `이화동`
가로수길, 청담동 등 서울 도심에 속해 트렌드를 이끄는 거리가 있는 반면 이름조차 희미해져 버린 서울 시내 골목길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옆자락에 위치한 이화동은 불과 몇 년 전에 세상에 알려진 동네다.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원회의 주최 하에 공공미술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 낙산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골목 뒤로 조금만 들어가면 화려한 대학로 느낌과는 사뭇 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된다. 70~80년대 풍의 모습이 남아 있는 이화동 골목길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낙산공원에 이르게 된다.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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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정상에서는 높다란 빌딩숲의 동대문 종로시가지의 화려한 모습이 보이고 성곽 바로 밑을 보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내구경부터 성곽순례까지. 추억여행은 덤이다. 낙산공원에선 주말마다 서울 성곽을 따라 낙산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역사탐방교실을 운영한다. 초등학생 이상이면 가족과 일반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고즈넉한 `북촌마을`
술래잡기·고무줄 놀이에 신이 난 아이들과 대문 앞에 모여 앉아 저녁 찬거리를 다듬는 아주머니들. 골목하면 떠올려지는 따뜻한 풍경들이다. 하지만 여기는 한가롭다. 고즈넉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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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기와지붕과 담벼락이 낮게 줄지어 서 있는 것이 마치 시간의 흐름을 저 멀리 비껴간 듯한 모습이다. 북촌한옥마을은 서울 시내 대표적인 한옥 밀집지역으로 경복궁과 덕수궁 사이 소재한 가회동, 계동, 삼청동, 원서동, 재동, 팔판동 일대 107만여 ㎡를 일컫는다. 백악산과 응봉산이 연결된 산줄기의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즐겨 찾고 있어 북촌골목가이드봉사단이 생겨났다. 카메라만 하나 손에 들고 천천히 걸어보자. 도심 속 피곤이 이내 사라지고 말 일이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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