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예술인 마을의 미술관은 뭔가 다르네"

아기 달맞이 2012. 1. 29. 07:37

위크엔드] 지난 12월 개관 양평 군립 미술관
다양한 소재와 표현 내세운 수준 높고 친근한 작품 눈길, 입소문 타고 인기몰이 나서
'마법의 나라, 양평' 기획전… 미술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

양평군립미술관의 외관. /권상은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예봉초등학교 2학년 이상준(8)군은 지난 25일 할머니·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양평군립미술관을 찾았다.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가까운 양평에서 재미있는 전시회가 열린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무로 만든 로봇 태권V 앞에서는 걸음이 멈춰졌다. 스위치를 조작해 천장에 매달린 대형 목각인형의 손가락도 움직여봤다. 할아버지·할머니도 '미인도와 벨라스케스, 그리고 개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17세기 스페인 궁중 화가 벨라스케스의 '왕녀 마르가리타'와 18세기 조선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LED 화면에 액자처럼 나란히 배치했다. 개미들이 두 여인의 옷을 조각조각 찢어내 양쪽 화면을 분주히 오가면서 서로 옷을 바꿔 입힌다. 이 군은 "개미들이 진짜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미술인 마을 양평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내에 있는 양평군립미술관은 작년 12월 16일 개관했다. 자칫 고리타분한 '군립'의 관습이나 일개 군 단위 미술관의 수준을 넘었다. 양평군은 운영을 모두 민간에 맡겼다. 관장, 학예실장, 큐레이터 등에 외부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이 때문에 품격을 갖추면서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전시회를 마련, 한번 가볼 만한 미술관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자녀들의 미술 체험을 겸한 가족 나들이가 많다. 평일에는 100명, 주말에는 200여명이 찾는다. 특히 방학을 맞아 다른 지역 주민들이 더 많다고 한다.

양평군은 1990년대부터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예술인들이 작업실을 만들어 하나둘씩 들어오면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예술인 마을이 됐다. 현재 약 6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예술적 토대 위에 군립미술관이 생겼다. 예술의 전당 예술사업국장 출신으로 1995년부터 양평에 터를 잡은 이철순 관장은 "보통 개관기념 전시회는 유명작가 위주로 꾸미지만 발상을 바꿨다"며 "고정관념을 깨고 문턱을 낮춰보자는 취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양평군립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유영운의 작품‘엘프’를 감상하고 있다. 잡지, 전단지, 스티로폼 등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양평군립미술관 제공

◇주제별 5개 전시공간

현재 열리고 있는 양평군립미술관의 개관 기념전은 '마법의 나라, 양평'이 주제이다. 국내의 대표적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양평의 친환경적 이미지도 담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실험성을 강조하거나 대중성이 떨어지는 작품은 없다. 소재나 표현 방식도 자유롭고 다양하다. 골똘하게 의미를 해석할 필요 없이 그저 편한 마음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눈에 띈다. 사진 촬영도 막지 않는다.

미술관은 크게 5개의 전시실로 꾸몄다. 지하 1층의 'O₂스페이스'에는 양평의 원로작가들을 모셨다. 양평의 미술문화를 다지고 이끌어 온 박동인, 이동표, 민병각, 민정기, 류민자, 배동환, 송계일, 송용, 김의웅, 김규창 등 20여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통로와 벽면, 천장에 입체 작품을 배치한 '신나는 미술'은 어린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합성수지로 만든 달팽이와 개구리, 철망 소재의 상어, 빨대를 이어 붙인 카멜레온, 털실로 감아 제작한 염소 등이 상상력을 일깨운다.

또 2층에는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전시실이 들어서 있다. 평면·입체·설치 등 폭넓은 현대미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소재와 표현방식도 다양해 풍성한 재미를 준다. 첨단 IT기술 등을 활용해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미디어 아트, 로봇과 원더우먼처럼 친숙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작품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대시설도 두루 갖춰

이 밖에도 미술관 1층에는 '키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어린이들이 미술 작품 속에 들어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벽에 붙어 빛을 내는 무당벌레, 다양한 포즈의 스파이더맨,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설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1층 벽면에는 관람객들이 소감을 적어 붙였다. "아이들에게 유익한 작품으로 가득합니다" "미국의 MOMA(뉴욕현대미술관)보다 낫습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등 다양한 내용이 가득하다. 어린이들이 도화지에 느낌을 담은 그림도 빼곡히 붙어 있어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주말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키디 체험공간 옆에는 커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자리 잡고 있다.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수유실도 만들어두고 있다. 6번 국도를 따라 멀지 않은 옥천면 옥천리 양평하수처리장에는 1500여점의 희귀 곤충 표본 등을 전시하고 있는 '양평 곤충 박물관'도 자리 잡고 있어 연계해 가볼 만하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은 쉰다. 개관 기념 전시회는 2월 말까지 열린다. 관람요금은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이고 양평군민은 무료이다.

홈페이지 www.ymuseum.org ☎(031)775-0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