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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계동 -2
하지만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중앙고등학교’이다. 일제 강점기에 중앙고보 교사로 재직한 송진우, 현상윤 선생님이 이 학교 숙직실에서 3・1운동을 위한 준비모임을 갖고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다고 해서 1983년에 사적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앙고등학교를 더 유명하게 만든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드라마 ‘겨울연가’이다. ‘겨울연가’에서 배용준과 최지우가 다닌 학교가 춘천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학교 마당 부분만 춘천에서 촬영했고 학교 장면은 중앙고등학교에서 촬영했다. 덕분에 이곳은 ‘겨울연가’에 매료된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한류스타 브로마이드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는 학교 앞 문방구를 보면 한류의 열기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중앙고등학교를 등지고 내려오다 보면 오른편에 가회동 공방 골목이 있다. 가회로길 맞은편 가회동 31번지의 한옥들은 대문을 닫아 두어 내부를 구경하기 힘들다. 하지만 가회동 11번지의 공방들은 대부분 개방형 한옥이다. 2~3천 원의 입장료만 내면 얼마든지 한옥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공방들마다 특징이 다르고 각각 자그마한 소품을 만들면서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서 남다른 재미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듯 계동길과 가회동 공방길은 규모는 작지만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따뜻한 곳이다. 이곳의 느낌이 너무 좋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한옥체험관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다. 하룻밤 묵는 비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대청마루에서 은은한 달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아깝지가 않다. 나는 평소 귀한 손님이 오면 락고재한옥체험관에 와서 식사를 하곤 한다.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나물, 전, 구이 등 전통 한정식이 정성스럽게 나와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식사 후에는 누마루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셔보는 것도 좋다. 한옥을 따라 흐르는 바람과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져 기분을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계동은 북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긴다. 북촌한옥마을은 보통 돈미약국 골목으로 올라가 가회동 31번지에서 한옥을 구경하고 삼청동길로 내려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옥도 구경하고 옛 동네의 풍경도 맛보고 싶다면 계동길만 한 곳이 없다. 올라갈 때 보는 느낌이 다르고 내려올 때 보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도 계동길의 속 깊은 선물이다.
위 글은 미디어윌에서 출간한 <서울의 오후 산책>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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