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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계동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북촌문화센터’를 지나면 계동이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낸다. 계동은 서울이면서 서울이 아닌 듯한 정취를 지닌, 참 흥미로운 곳이다. 그 흔한 아파트 한 채 안 보이는 데다가 상점의 이름을 알리는 간판은 마치 70~80년대의 것처럼 촌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게 바로 계동의 매력이다.
계동은 올망졸망한 한옥과 상점이 모여 70~80년대 드라마 세트장 같은 정감 어린 동네를 이루고 있다. 가장 번잡한 계동길에조차 눈 씻고 찾아봐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그 흔한 카페나 대형 음식점들이 하나도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 왔던 것들이나, 새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전부터 있어 온 것들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려고 노력하는 것들만 존재할 뿐이다.
‘최소아과 의원’은 간판 글씨가 병원의 오랜 역사를 단번에 알려준다.
‘대구참기름집, 문화당서점, 믿음미용실’같은 곳 역시 빙그레 미소 짓게 되는 옛날 모습 그대로다. 길 한복판에 있는 ‘중앙탕’은 또 어떻고. 뜨끈뜨끈한 온탕에 당장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왠지 눈에 익은 ‘황금알식당’의 간판이 보인다. ‘내가 저걸 어디에서 봤더라’고민하는 걸 눈치챘는지 식당 아주머니 한 분이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촬영장소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원래는 ‘이모네 분식집’이었는데 드라마 촬영을 위해 간판을 바꿔 달았다고. 어쩐지 바뀐 이름도 잘 어울리는 듯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냄비라면과 추억의 도시락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안으로 들어가 보면 누런 양은냄비가 한쪽 자리를 꽉 채우고 있다.
독특한 이름으로 시선을 끄는 곳도 있다. ‘이태리면사무소’라는 이름을 가진 파스타집은 재기발랄한 이름에 다소 촌스러운 간판 글씨가 만나 독특한 이미지를 풍긴다. 이름만 특이한 줄 알았는데, 가격 대비 맛이 일품이라 관광객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있고 독특한 것만으로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는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장소도 꽤 많다. 만해 한용운선생이 1918년 9월에 월간지《유심》을 창간했던 ‘유심사 터’와 중앙고보의 주인이자 동아일보와 고려대학을 세운 인촌 김성수 부자가 살았던 대저택 ‘김성수 옛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위 글은 미디어윌에서 출간한 <서울의 오후 산책>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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