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도
모든 것을 받아들여 심지어 썩어가는 것조차 받아들여
향기롭게 발효되어 거름으로 한 몸 되어
뿌리를 포옹하며 격려하며 싹틔우고 열매 익혀
새와 고슴도치와 사람을 기르시는 어머니 대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햇살 속에 반짝이는 눈동자로 노래 부르는 느티나무 잎새들과
푸른 모가지를 숙여 묵상하는 달빛 속 전나무 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겨울언덕 묵묵히 서서 옹이 박힌 가슴에 빈 둥지를 품고 아침종소리 같은 새떼들 꿈꾸는
우리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절벽 위 벼랑을 솟는 송골매와 저물 무렵 강가를 서성이는 해오라기 날개 쓰다듬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숨결의 양식이 되어주고 꽃송이에게 골고루 보내는 입맞춤
우리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인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정을 나누고 순수를 나눠준 그대들
소중한 젖을 주었고 아름다운 뿔도 내주었습니다
마지막 까지 나누고 소멸하는 그리하여 불멸인
우리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옹달샘과 시내와 강 어디론가 흘러가 다시 돌아오는 함박눈처럼
목마름을 채우고 우리들 몸 호수에 머물다 새벽안개로
미나리 밭과 포도원을 적시는 신의 젖 줄기, 투명한 순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따뜻한 손길로 지렁이 등을 쓰다듬고 순록의 시린 발목 덥혀주는
수선화 뿌리를 깨우고 야생사과 익혀주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주의 커다란 사랑의 거울, 단 하루도 늦거나 거르지 않는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피를 나누고 혼을 쪼개서 영혼별의 씨앗 세상에서 움트도록 온기로 품어
희생과 사랑으로 눈물과 기도로 길러주신 부모님 마음
생명의 핵으로 존재하는 그 사랑
우리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많은 별바다, 눈부신 은하계를 품고
모든 생각과 힘의 에너지를 생명의 그물망으로 엮는 초월의 존재
위대한 신비, 시작과 끝이며 영원인
우주마음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황 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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