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숲 에 관한 기억 / 나희덕

아기 달맞이 2011. 11. 22. 08:30

      관한 기억 / 나희덕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의 지분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 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정말 그 숲이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