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늙는다는건 / 공석진

아기 달맞이 2011. 11. 15. 17:23

 

 

 

 

 

 

늙는다는 건
나를 비우는 것이다
  
머리를 비운 기억상실
가슴을 비운 욕망상실
뼈를 비워 아픈 바람을 맞으며
살은 점점이 분해되어
허공으로 비산飛散하는 것
  
늙는다는 건
살아서 몹시 그리운 사람
저승에서 만날 수 있을까
서러움보다는 설레임으로
산산히 부서지는 나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새벽을 맞이하는 것
  
아,오그라져 바스라져
폐기직전의 해골닮은 나를
그대는 기억할 것인가
잊혀지는 나의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차피 터럭같은 인생
무거운 몸으로 신세를 지느니
물 위에 소금쟁이처럼 가벼워져도
영육이 자연스레 해체되어
완벽하게 환생할 수 있도록
내 사랑을 위하여
오래오래 살아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