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 아침 / 이정하

아기 달맞이 2011. 11. 28. 07:23


이 아침 / 이정하
커피 물을 끊이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에게 놓여 있고 싶었습니다만 
어김없이 난 또 수화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요 며칠, 
그대가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갔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당신을 
너무 사랑한 것이 아닐까요. 
잠시라도 가만히 못 있고 수화기를 드는, 
커피 물을 끊이는 순간에도 당신을 생각하는 
내 그런 열중이 
당신을 너무 버겁게 한 건 아닐까요.  
너무 물을 많이 줘서 외려 말라 죽게 한 
베란다의 화초처럼 
그런 순간에 커피 물은 다 끊어 넘치고 
어느덧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주전자를 보며 
어쩌면 그런 집착이 내 마음을 태우고 
또 당신마저 다 타버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은 새로 끓이면 되지만 
내 가슴을 끓게 만들 사람은 
당신 말고는 다시 없을 거란 생각에 
당신이 또 보고 싶어졌습니다.  
내 입에 쓰게 고여오는 
당신, 
나랑 커피 한 잔 안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