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 이정하 커피 물을 끊이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에게 놓여 있고 싶었습니다만 어김없이 난 또 수화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요 며칠, 그대가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갔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당신을 너무 사랑한 것이 아닐까요. 잠시라도 가만히 못 있고 수화기를 드는, 커피 물을 끊이는 순간에도 당신을 생각하는 내 그런 열중이 당신을 너무 버겁게 한 건 아닐까요. 너무 물을 많이 줘서 외려 말라 죽게 한 베란다의 화초처럼 그런 순간에 커피 물은 다 끊어 넘치고 어느덧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주전자를 보며 어쩌면 그런 집착이 내 마음을 태우고 또 당신마저 다 타버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은 새로 끓이면 되지만 내 가슴을 끓게 만들 사람은 당신 말고는 다시 없을 거란 생각에 당신이 또 보고 싶어졌습니다. 내 입에 쓰게 고여오는 당신, 나랑 커피 한 잔 안하실래요?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에 드는 사람과 걷고 싶다 / 오광수 (0) | 2011.12.05 |
---|---|
풀밭에 누우면/최영희 (0) | 2011.11.28 |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백창우 (0) | 2011.11.28 |
숲 에 관한 기억 / 나희덕 (0) | 2011.11.22 |
도종환 < 흔들리면 피는꽃> (0) | 2011.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