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가을의 비명(碑銘) / 김현승

아기 달맞이 2011. 10. 27. 07:51

 

 

 

 

 

가을의 비명(碑銘) / 김현승

 

 

 

 

봄은 입술로 말하더니

가을은 눈으로 말을 한다

말들은 꽃잎처럼 피고 지더니

눈물은 내 가슴에

보석과 같이 오래 남는다.

밤 이슬에 나아와

시월의 이마 위에 손을 얹어 보았는가.

대리석과 같이 찰 것이다

 

그러나 네 영혼의 피를 내어

그돌에 하나의물음을

새기는 이만이,

굳은 열매와같이

종자 속에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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