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의 원료가 되는 국화·맨드라미·구절초와 같은 꽃에는 단백질·칼슘·비타민 등 영양소가 많이 포함돼 있다. [중앙포토]
권선미 기자
차(茶)도 ‘보는 맛’이 중요해지면서 찻잔 속에서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 꽃차가 인기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효능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꽃에는 단백질·칼슘·비타민과 같은 영양소가 많다. 항산화기능을 가진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농촌진흥청 도시농업팀 이정아 연구원은 “꽃에 다양한 색상을 내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콜라겐 형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항산화물질도 열매보다 꽃에 최고 100배 이상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리불순엔 구절초, 만성 피로엔 뚱딴지꽃
가을을 대표하는 꽃차로는 국화·구절초·뚱딴지꽃·맨드라미·코스모스 등이 있다. 모두 9~10월에 꽃이 피는 제철 꽃이다.
국화꽃차는 감기·두통·현기증에 효능이 있다. 눈과 간기능 회복에 좋은 비타민A, 비타민B1, 아데닌 등이 함유돼 있어 피로회복에 좋다.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이기호 교수(가정의학과)는 “국화꽃차는 혈압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다”며 “환절기 면역이 떨어진 노약자나 혈압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 좋다”고 말했다.
구절초 꽃은 생리불순·무월경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임신을 돕고, 닭볏처럼 생긴 맨드라미는 반대로 월경이 많이 나오거나 자궁출혈이 있을 때 지혈작용을 한다. 비타민 C가 풍부한 뚱딴지꽃(일명 돼지감자)은 면역력을 높이고, 항산화 효과가 있어 수험생이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봄철 진달래와 함께 칼슘이 많은 코스모스는 뼈가 엉성해지기 시작하는 40~50대 중년 여성에게 좋다. 이 외에도 단풍잎 차는 탁한 유리지방산 성분을 제거해 간의 부담을 덜어줘 알코올 섭취가 많은 직장인에게 좋다.
오래 우려내면 오히려 맛 떨어져
꽃차는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을까. 꽃차 전문가 송희자(49·여·전남 담양)씨는 “찻잔에 꽃이 피는 것을 보려면 뜨거운 물이 제격”이라며 “10분 이상 끓인 물을 식히지 말고 바로 부어 짧게 우려내 마시는 것이 향과 맛을 좋게 한다”고 조언했다. 꽃차는 향이 강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우리면 오히려 역겨움을 느낄 수 있다.
찻잔에 물을 부을 때도 잎차와 달리 살짝 원을 그리면서 따라야 한다. 한 곳으로만 찻물을 따르면 꽃이 한쪽으로 몰려 꽃과 물이 따로 놀게 된다. 물의 파장을 이용해 꽃과 물이 어우러지도록 염두에 둔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꽃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꽃이 너무 많으면 향이 짙어져 오히려 쓴맛을 느낄 수 있다.
꽃 말릴 땐 암술·수술·꽃받침 제거해야
건강에 도움을 주는 꽃차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꽃을 직접 채취할 때는 먹을 수 있는 꽃인지, 그렇지 않은 꽃인지 구분해야 한다. 식물은 영양분이 집중된 꽃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고유의 독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독성이 강하지 않지만, 일부 꽃은 치명적일 수 있다. 민감한 사람은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할 수 있어 꽃을 말릴 때 암술·수술·꽃받침을 제거하고, 꽃잎만 사용하도록 한다.
눈으로 보기 위해 가꾼 관상용 꽃과 먹는 식용 꽃도 구분해야 한다. 관상용 꽃은 수확 전에 농약을 뿌린 뒤 유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변에 있는 꽃도 매연에 오염돼 같은 이유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꽃집에서 판매하는 꽃도 모두 관상용 꽃이다. 요즘엔 허브 재배 농가에서 식용으로 생산된 꽃과 꽃차를 판매한다. 송씨는 “꽃은 열매나 새순과 달리 다루기 까다로워 식자재로 활용되기 힘들지만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꽃차·꽃술·꽃 샐러드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맑고 향기로운 우리꽃차』(아카데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