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철 곳곳에 스며 있는 습기가 몸과 마음을 처지게 만드는 듯 합니다.
물과 가장 친한 성질의 흙은 물이 더 이상 스며들 수 없을 때까지 수분을 수용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는 흙으로 빚은 조그마한 오두막집은 안팎이 따로 없이 축축합니다.
하지만 한 여름 뙤약볕은 시원하게 가려주고 추운 겨울 차가운 바람도 든든하게 막아주어서 몸과 마음이 자연현상과 하나가 돼 살아갈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펴 줍니다.
흙의 뛰어난 조절 능력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눅눅한 습기를 이겨내는 한 방법으로 말려두었던 들꽃을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셔 봅니다.
지난 봄 오두막으로 올라오는 길목에 지천이던 하얀 아카시아 꽃을 따다가 그늘에 말려 두었더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한 잔의 향긋한 차를 선물합니다.
아카시아 꽃차가 소박한 시골 처녀 같은 향기를 전해준다면 아카시아보다 조금 늦게 피어나는 가시 꽃,하얀 찔레꽃은 순박하다기보다는 매혹적인 향기를 은근슬쩍 뽐내는 듯합니다.
가을엔 감국을 말려두었다가 차를 만드는데요.
소박한 겉모양과는 달리 향기가 너무 진해서 생으로 말리는 것보다는 찜솥에 넣고 뜨거운 김을 살짝 쬔 다음 말리는 것이 좋더군요.
이렇게 시작된 꽃차의 매력에 빠져들어 방아 꽃,들깨 꽃,자소엽 꽃,인동호 꽃,감꽃 등 온갖 들꽃들을 탐하게 됩니다.
참나물 잎이나 자소엽 잎,제피 잎을 그늘에 말려서 녹차 우리듯 차를 다려 마시는데 온 들에 가득한 감잎,쑥,질경이,민들레도 모두 차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입니다.
잎을 따서 잘 씻어서 바람 서늘한 그늘에서 말려두었다가 밀봉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다관에 뜨거운 물을 붓고 연하게 우려먹으면 우전이니,보이니,용정이니 하는 비싼 값을 뽐내는 차들이 부럽지 않거든요.
이런 재료들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리는데,때로 덖음차 만들 듯이 깨끗한 솥에 덖어 보기도 했습니다.
핵심은 찌거나,덖거나,생으로나,말릴 때는 반드시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린다는 점입니다.
문성희자연생식연구가
'물안개 꽃차 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꽃차 … 국화·맨드라미·코스모스 “보기좋은 꽃이 몸에도 좋아요 (0) | 2011.10.17 |
---|---|
단풍차 (0) | 2011.10.07 |
[스크랩] 연잎차 만들기 (0) | 2011.09.16 |
연잎차 (0) | 2011.09.06 |
처음 만들어본 조릿대차 (0) | 2011.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