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한중일 여름별미 삼국지… 해외로 꼭 가봐야 맛인가요?

아기 달맞이 2011. 8. 1. 00:15

날은 덥고 기력은 떨어진다. 도심 식당의 에어컨 바람 아래서 먹는 냉면과 삼계탕도 이젠 지겹다. 어디 훌쩍 휴가라도 다녀오고 싶은데, 사정은 여의치 않고, 나오느니 푸념이다.초라한 휴가로 울적한 당신을 위해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의 세 셰프가 모였다. 중식, 일식, 한식 대표 셰프들이 벌이는 각국의 '여름별미 삼국지'. 어디 꼭 떠나야만 여행이던가.J.K.위스망스의 소설 < 거꾸로 >

↑ 녹두메밀수제비

↑ 나고야 스타일 장어 차 덮밥과 메밀 장어말이

↑ 중국식 앤초비 소스와 데친 야채

↑ 왼쪽부터 한식 구용회, 중식 히데시마 테루아키, 일식 정재천 셰프

의 주인공 데제생트 공작은 평생 해외여행을 하지 않고 "여행의 가장 훌륭한 측면, 즉 여행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일련의 물건들"로 주변을 꾸며놓고 살았다. 상상력음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음식 한 그릇으로도 얼마든지 낯선 정취와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 이것을 인문적 상상력이라 부르자. #중국식 앤초비 소스와 데친 야채
새콤하고 담백한 홍콩식 야채요리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의 중식당 타이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일본인 셰프가 있는 중식당이다. 바로 히데시마 테루아키(37) 주방장. 화교들이 중식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자국인 요리사들이 중식 요리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화교 중심인 우리나라 중식이 광둥식 요리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데 반해 일본 중식의 중심은 홍콩 요리가 점한다.

홍콩의 음식문화는 150년간 영국 식민통치를 겪으면서 상당히 서구화했다. 대부분의 중식이 팬에서 요리돼 통째로 접시에 올라오는 것과 달리 홍콩식 중식은 서양 코스요리처럼 하나하나 접시 위에 세팅하고 데코레이션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서구화한 중국요리가 작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감성에 잘 맞아떨어져 홍콩요리가 일본 중식의 표준이 된 것.

히데시마 셰프가 제안하는 중국 여름별미는 야채를 앤초비 국물에 찍어먹는 가벼운 건강식. 사계절 더운 홍콩에서도 여름철에 가장 인기 있는 중식요리로, '헬시 앤 쿨(healthy and cool)'이 요리의 테마다. 그는 "여름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식사량이 줄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야채를 많이 먹게 된다"며 "멸치와 레몬주스를 섞은 새콤한 소스에 데친 야채를 찍어먹다 보면 도저히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담백하게 데쳐진 아스파라거스파프리카를 앤초비 소스에 찍어 입에 넣는 순간, 여기는 홍콩. 나는 지금 페닌슐라호텔 로비에 앉아 있다.

◆재료

(1인분 기준)

야채: 그린 아스파라거스 30g, 브로콜리 20g, 고구마 20g, 당근 20g, 셀러리 20g, 버섯 20g, 노랑 파프리카 20g, 파랑 파프리카 20g, 청경채 30g, 시금치 30g

앤초비 소스 재료: 포도씨유 20g, 앤초비 5g, 셀러리 3g, 마늘 3g, 샬롯 25g, 고수 약간, 고춧가루 약간, 생강 약간, 레몬주스 3g, 굴소스 5g, 생선소스 3g, 닭육수 50g, 간장 5g

◆만드는 법

①당근과 고구마를 중간 정도로 삶는다.

②나머지 야채를 살짝 데친다.

③위의 데친 야채들을 얼음물에 담근다.

④위 야채를 5분 가량 찐다.

⑤포도씨유에 앤초비, 셀러리, 마늘, 샬롯, 고수, 고춧가루를 넣고 중간 온도에서 10분 정도 튀긴다.

⑥튀긴 내용물을 건져내고 나머지 소스 재료를 넣고 섞는다.

⑦야채를 준비된 소스와 함께 내놓는다.

#나고야 스타일 장어 차 덮밥과 모밀 장어말이
엽차에 말아먹는 나고야식 장어덮밥


일식당 겐지의 정재천(53) 주방장은 나고야 스타일의 장어 차 덮밥을 일식 여름별미로 제안했다. 우리에게 냉면과 삼계탕이 있다면, 일본에는 냉소바와 장어요리가 있다. 나고야 스타일은 일본된장 미소를 많이 사용해, 단순하고 고전적인 맛을 내는 교토나 도쿄 지방의 요리와 달리 맛이 진하고 강한 게 특징이다. 돈가스와 오뎅도 소스나 간장 대신 된장에 찍어 먹을 정도다.

나고야 음식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처럼 식재료들을 한데 넣어 비벼먹는 지방색이 있다는 점이다. 이중 히츠마부시로 불리는 장어덮밥은 나고야의 명물. 달달한 소스를 발라먹어 한국식 장어와는 풍미가 다르다. 정 셰프는 "장어는 지방이 많이 끼고 쫄깃한 여름이 제철"이라며 장어 차 덮밥의 3단계 시식법을 소개했다.

덮밥의 첫 3분의 1은 밥과 그 위에 얹은 장어를 평범하게 '그냥' 먹는다. 2단계는 그 다음 3분의 1을 김과 실파, 와사비와 섞어 비벼 먹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3분의 1은 물에 밥을 말아먹듯 엽차(brown tea)에 김, 실파, 와사비를 섞은 후 덮밥을 넣어 비벼먹는다. 모밀은 국수 대신 김밥처럼 돌돌 말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츠키다시로 변주했다. 농어 껍데기에 안에 넣은 실파말이까지 입에 넣고 나면, 여기는 나고야, 히츠마부시의 성지(聖地) 호라이켄이다.

◆재료(1인분 기준)

: < 장어 차 덮밥 > 간장 300㏄, 설탕 30g, 정종 100㏄, 실파 10g, 김 4분의 1장, 와사비 10g, 장어 100g, 밥 200g

< 장어모밀말이 > 장어 10g, 메밀 10g, 김 10분의 1장, 초밥생각 10g

◆만드는 법

: < 장어 차 덮밥 >

①장어를 5분간 찐다.

②간장, 설탕, 정종을 섞어서 졸인다.

③찐 장어와 ②번의 소스를 섞는다.

④장어를 5㎜ 크기로 잘게 썰어서 소스와 함께 밥 위에 얹는다.

< 장어 모밀말이 >

①삶은 장어와 메밀, 초생강을 김으로 김밥 말듯이 만다.

②3㎝ 크기로 자른다.

#녹두메밀수제비
닭과 인삼을 넣은 영양만점 수제비


한식 조리장 구용회(34) 셰프는 이번 삼국지를 위해 '녹두메밀수제비'를 개발했다. 그는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김윤옥 대통령 부인의 지휘 아래 세계 각국 정상 및 VVIP들에게 한식 만찬을 선보였던 한식 세계화의 최첨병 중 한 명.

여름 대표 식재료인 녹두와 메밀은 열을 내리고 더위를 막아주며, 해독작용이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며,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 혈관계질환에 도움이 된다.

구 조리장은 "통상 먹는 수제비에 보양을 위해 닭과 인삼을 넣고 끓인 육수와 메밀을 이용한 수제비 반죽을 쓴 게 색다른 점"이라며 "메밀만 쓰면 반죽이 풀어지므로 밀가루를 넣어 쫀득하게 반죽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되직한 수제비 국물에 메밀 수제비 한 숟갈 떠넣는 순간, 여기는 봉평, 땡볕 아래 모시적삼 살포시 젖는 메밀꽃 필 무렵이다.

◆재료(1인분 기준)

: 깐녹두 30g, 메밀가루 30g, 밀가루 30g, 계란 반 개, 닭고기 4분의 1마리, 인삼 1뿌리, 황귀 20g, 마늘 50g, 소금 약간, 들깨 가루 2스푼

◆만드는 법

: ①닭고기는 깨끗이 씻은 후 인삼, 황귀, 마늘을 넣고 1시간 삶는다.

②메밀가루와 밀가루에 계란, 소금을 넣고 미지근한 물을 넣어가며 반죽한다. 반죽의 되기는 일반적인 수제비와 비슷하게 한다.

③다 삶아낸 닭고기는 건져내어 살을 발라 곱게 찢어두고 국물은 고운 체에 거른 후 녹두, 들깨가루를 넣고 20분 더 삶은 후 블렌더에 곱게 갈아낸다.

④갈아낸 녹두국물을 냄비에 끓여가며 메밀반죽을 조금씩 뜯어 넣어가며 익힌 다음 소금간을 한다.

⑤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