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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스님 | ||
사찰음식은 선식禪食, 즉 정신을 맑게 하는 음식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음식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첫째는 일반적인 음식, 둘째 채식과 자연식, 셋째 사찰음식 등이 그것이다. 일반적인 음식은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을 말하며 채식과 자연식은 생명의 유지는 물론 건강을 더해주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찰음식은 일반적인 음식과 채식, 자연식의 기능을 해줌과 동시에 정신까지 건강하고 맑게 성장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사찰음식寺刹飮食은 맛의 측면에서도 음식의 맛, 기쁨의 맛, 기의 맛 이 세 가지를 충족시켜준다. 음식의 맛이란 식품 그 자체가 주는 맛이고 기쁨의 맛이란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지는 것으로서 그 기쁨으로 음식이 좋은 약藥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 기氣의 맛이란 바로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맛이다. 사찰음식은 이 세 가지, 즉 음식의 맛, 기쁨의 맛, 기의 맛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의 맛을 갖는 사찰음식은 정적인 음식이다. 정적인 음식을 먹으면 밖으로 표출되는 힘이 생기는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충실해진다.
반대 개념인 동적인 음식은 불교에서 금하는 오신채, 육류, 어패류, 인스턴트식품 등으로 먹으면 먹을수록 밖으로 뻗치는 힘이 강해 정서의 동요가 쉽고 성격이 과격해지며 조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사찰에서 수행자들이 먹는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또한 음식을 먹는 일은 식욕에 집착하여 맛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지혜를 얻는데 필요한 수행과정의 하나인 것이다.
사찰음식은 이렇게 발달했다
사찰음식은 그 사회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된 이후 살생을 금지하는 계율에 의거하여 채식 위주의 사찰음식이 많이 발달하였다. 고려시대 불교가 더욱 융성해지면서 식물성 식품을 맛있게 먹는 법을 연구하다보니 기름과 향신료 이용이 많아졌다. 육식을 절제하는 계율을 바탕으로 쌈, 국, 무침 등 채소 음식과 특히 채소 저장음식인 절임, 침채류(나박김치, 동치미 형태)가 개발될 수 있었다. 또한 밀가루나 쌀가루를 기름, 꿀, 술로 빚어 기름에 지지고 튀기는 유밀과가 유행했다. 이것은 불교의 식食중에서 헌다의식獻茶儀式의 발달과 더불어 다과문화茶果文化로 발달하였다.
조선시대 들어서 유교가 숭상되면서 불교의 차문화茶文化는 쇠퇴하였으나 여전히 식생활 문화는 불교의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많았다. 일제 강점기 때의 일본 사람들은 우리 고유의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스님들이 드시는 약초인 산초와 재피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식품과 약품 등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서구화된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이 각광을 받으며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사찰음식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사찰에서도 음식의 재료가 달라지고 공양주供養主가 바뀌면서 전통적인 사찰음식을 유지하지 못하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사찰음식이 우리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
사찰음식이 우리나라의 전통음식문화傳統飮食文化 형성에 기여한 점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채식문화의 발달과 산채류의 활용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가축을 귀하게 여겨서 자연히 육식을 절제하게 되었으며 더불어 스님들은 앞장서서 채식문화를 주도했다. 산이나 들에서 나는 제철의 나물들을 국, 무침, 쌈 등으로 먹고 그대로 말리거나 소금물에 데쳐서 말린 다음 가루를 내어 쓰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개미취, 수리취, 더덕, 잔대 순, 다래 순, 당근, 각종 버섯류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장류, 튀김류, 부각류 등이 개발되었다. 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류가 발달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절메주라는 것이 생기면서 궁중에서는 절메주를 가지고 장을 담갔고 육류 절제로 부족한 열량과 단백질을 채우기 위해서 다양한 튀김류와 부각류가 발달했다.
셋째, 저장음식이 발달할 수 있었다. 겨울을 나기 위하여 제철이 지났어도 필요한 영양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저장음식이 개발되었다. 대표적인 저장식품으로는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장류, 장아찌류 등이 있다. 특히 절에서 담가 먹었던 김치는 파, 마늘, 젓갈을 넣지 않고 된장이나 간장으로 맛을 내는 등 속가의 김치와는 맛과 그 종류에서 큰 차이가 있다.
넷째, 다양한 약용식품을 섭생하는 방법이 강구되었다. 속가와는 달리 사찰음식에는 약용식품이 많다. 산초열매장아찌, 재피잎 장아찌, 참죽장아찌, 자반, 씀바귀김치, 고수나물, 무청, 머위잎쌈, 머위피 복음, 더덕구이, 버섯구이, 도라지나물, 고사리나물, 각종 쌈, 쑥튀김, 도토리묵, 촛잎, 망초, 두룹, 다래순, 엉개나물 등 다양한 산나물 무침이나 전, 송차, 칡차, 마가목차, 녹차, 감잎차, 방아장떡, 그 외에 다시마, 질경이, 명아주, 비름나물, 소리쟁이, 얼레지, 양하, 신선초, 재피 등으로 만든 음식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다섯째, 일반 조미료나화학 조미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조미료가 개발될 수 있었다. 천연 조미료로 사용되었던 식품에는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재피가루, 다시마물, 버섯물, 재피잎, 방아잎, 들깨가루, 깨 들깨국물, 날콩가루, 참죽순 말린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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