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글

법정 스님이 사랑한 책 중에서

아기 달맞이 2011. 4. 25. 23:50

법정 스님이 뽑은 그가 사랑한 책 50권 중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Walden>에 관한 글을.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목수, 측량기사를 거쳐 아버지의 연필공장 일을 돕던

소로우는 미국의 70번째 독립기념일인 1845년 7월 4일, 손수레에 단출한 짐을 싣고

월든 숲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의 나이 28세.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삶을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 보기 위함이었다.

                다시 말해 오직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만을 마주하면서, 삶이 가르쳐주는 것들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            

                깨닫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그토록 소중한 일이기에 나는 진정함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스무살 되던 해 봄, 소로우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인 랠프 윌도 에머슨을 만난다.

에머슨의 수필집 <자연>을 읽은 것이 그 계기였다. 하버드 대학 시절 소로우에게 문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에머슨은 당시 미국 지성인들의 선봉에 있었다. 소로우와 에머슨의 만남은 곧 스승과 제자를 넘어 깊은 우정으로 발전했으며 소로우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자는 에머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소로우가 오두막을 짓고 산 월든 호숫가의 땅도 실은 에머슨의 소유였다. 소로우는 에머슨에게서 토지사용 허락을 받고 도끼를 빌려 직접 통나무집을 짓는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독립적으로 무엇보다 건강한 삶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소로우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었고, 월든 숲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월든> 곳곳에는 그가 왜 문명과 사회를 등지고 고집스럽게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했는지, 그만의 고뇌와 이유가 절실한 문장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 나갈 수 있으므로 값비싼 양탄자나 다른 호화 가구들, 맛있는 요리 

                또는  새로운 양식의 고급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만약 이런 것들을 얻는 일에 하등의 거리낌을 느끼지 않고, 또 일단 얻은 다음에 그것들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나 실컷 그런것들을 좇으라고 하라.

 

 

소로우는 이 실험적인 삶을 시도하면서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써내려갔다. 자신의 생각과 하루의 생활, 눈으로 본 풍경, 새로 발견한 새 발자국 등에 관한 단상이다. 이 방대한 기록이 <월든>을 비롯한 그의 모든 저서의 초안이 되었다.    

 

 

                 나는 인생을 깊게 살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 원했다. 강인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아, 삶이 아닌 것은 모두 엎어버리기를 원했다. 수풀을 폭넓게 잘라 내고 잡초들을

                 베어 내어 인생을 구석으로 몰고 간 다음, 그것을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로 압축시켜서

                 만약 인생이 비천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비천성의 적나라한 전부를 확인하여 있는 그대로

                 세상에 알리며, 만역 인생이 숭고한 것이라면 그 숭고성을 스스로  체험해 다음번 여행 때

                 그것에 대한 참다운 보고를 하기 바랐던 것이다.

 

 

끼니를 벌기 위해 자신이 가진 순수한 자연성을 잃어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굶어 죽겠다고 소로우는 선언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생계를 꾸리는가. 자신이 먹는 빵에 얼마만큼의 순수한 노동을 대가로 지불했는가. 삶에서 무엇을 물려받았으며 무엇을 훔쳤는가의 물음이다.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의 손으로 재배해야 한다'는 것이 소로우의 원칙이었다.

 

그의 전기를 쓴 헨리 솔트에 따르면, 소로우는 찌그러지고 비바람에 색이 바랜 가라색 모자를 썼으며, 옷이 찢어지면 기워 입었다. 외모를 치장하는 데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는 옷에 자신의 성격이 스며들어 점차로 옷이 몸의 일부처럼 되기를 바랐다. 화려하고 깨끗한 옷을 자신의 몸에 걸어두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식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월든에 머무는 덩안 그의 식단은 쌀, 거치게 간 옥수수 가루, 감자가 전부였다. 음료로는 물만 마셨다.

 

소로우는 하루에 네 시간 이상 걸었다고 한다. 그는 '산책'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온갖 세속적인 얽힘에서 벗어나 산과 들과 숲 속을 걷지 못한다면 나는 건강과 영혼을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할 것같다'고.

 

2년 2개월 동안 월든 숲 속에서  지낸 이 기간이 소로우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아름다운 시기였다. 그는 학생으로서 월든에 갔었지만 그곳을 떠나올 때는 스승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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