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야생화

엘레지

아기 달맞이 2011. 4. 25. 23:45

봄바람 난 환상의

백치미 , 얼레지

  

 

한국 들꽃문화원 원장 / 박시영

 

 

방금 샤워를 마치고 촉촉한 물길을 머금은 여인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처럼 생기 넘치는 꽃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성숙한 여인의 탄력있는 가슴을 한껏 뒤로 져끼어 활처럼 뒤집어서는 본능적 생동감으로 온종일 춤을 추고 있는 바람기 많은 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터져 버릴듯한 여인의 풍만한 몸짓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속살의 뇌살적인 살색을 이 이른 봄 만나 보시적이 있나요.

 

마음 차분히 가라 않히시고 봄 바람난 여인의 유혹에 한번 걸려 들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기나긴 겨울의 시간에 움츠리고 칙칙했던 시간을 한번에 날려 보내려고나 하는 듯 상큼하고 신선한 환상의 꽃, 야생적 본능의 진한 분홍색을 몸에 두르고 차가운 대지위에 홀연히 나타나는 여인의 꽃이 있습니다.

그는 시방부터 작심하고 봄바람에 많은 이들의 가슴을 찌르고 할키고 짖밟아 유혹하고는 감쪽같이 사라질 것입니다. 수줍어 땅만을 바라 본다고 하겠지요.

 

 

 

겁이 많아 고개 숙이고 있다 하겠지요.

순진한 나의 맘이 부끄러워 온통 분홍빛 홍조를 얼굴에 걸치고 있다하겠지요. 나는 연약한 꽃이라서 밤에는 무서워 온 꽃살을 오무려 몸안에 담아 품고 있다 하겠지요. 그리고 햇빛이 찾아와 대지가 밝아서야 온 몸을 제치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착한 여자의 꽃이라 하겠지요.

 

널따란 잎사귀를 치마처럼 다소곳이 대지에 개어서 포개어 놓은 정숙한 여인을 닮은 꽃 내 이름은 얼레지라 하지요.

 

아이쿠 말은 맞습니다. 함은요 맞지요. 아이쿠 어지러워라. 그런 다소곳한 꽃이 왜 지나가는 뭇 사내들의 마음을 그리도 울려 놓는지요. 청순 가련함을 온통 몸으로 치장하고 있는 순진한 여인의 꽃이 왜 지나가는 뭇 사내들의 마음을 유혹해서는 사지가 져리게끔 만들어 놓는지 모르겠습니다.

 

땅만 보고 있는 척 하면서도 지나는 이의 눈을 곁눈질로 맞추어 붙들어 놓고는 온 마음을 송두리째 빨아가는 악랄한 꽃. 살랑거리는 봄바람의 리듬에 맞쳐 온몸을 풀어 헤쳐 혼란한 유혹의 춤을 추는 꽃. 그 장단에 안 넘어가는 장사 있나요. 암요 없구 말구지요. 방금 감은 듯한 촉촉한 머릿결을 뒤로 넘기면서 눈웃음을 치는 듯한 당신의 분홍빛 유혹에 과연 몇명의 사내들이 살아 돌아 올 수 있단 말입니까.

 

 

 

아직은 찬바람으로 사내들의 내복을 벗지 못하고 있을 때 당신은 홀겹의 얍디 얍은 분홍색 브라우스 옷 딱 한 벌을 걸치고는 온통 속살을 내 비쳐 보이는 짓, 어찌하라구요. 이 바람둥이 환상의 백치미꽃 얼레지.

 

눈이 시려 더 바라 볼 수 조차 없는 얼레지여. 옷깃 속으로 살랑살랑 넘쳐나는 꽃살의 유혹에 갈 길을 멎추게 해놓고는 자신은 안 그런 척 딴청만 부리고 있으니 멋모르고 지켜보는 사내들의 군침 넘어가는 개구락지 소리가 온 산자락에 울려 퍼집니다. 뒷통수를 땅바닥에 묻고 업드려 자신의 눈을 맞추기를 강요하는 철딱서니 없는 백치미꽃 얼레지. 사내들의 열광을 잔인하게 즐겨하는 얼레지. 도저히 알 수 가 없습니다.

 

도대체 이 바람기 많은 얼레지를 어떡해야만 한단 말입니까. 얼레지의 유혹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왜 많은 사내들이 이 바람난 여인의 꽃 얼레지 앞에서는 맥도 못추고 그녀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되는지 도저히 알 수 가 없습니다. 색깔이 그리도 고운가요. 자태가 그리도 황홀 한 가요. 향기가 짙어 나 나요. 맛이 맛나나요.

 

하지만 많은 이들은 오늘도 이른 봄날 이꽃을 찾아 추위와 외로움을 초월하여 씩씩 거려가며 찾아 덤벼들고 다니니 이일을 낸들 어이하란 말입니까. 저 청순하고 가련한 철부지 꽃을 내가 손 뻗어 안아주지 않으면 그 누가 보살펴주고 싶어 더욱 안달이 나서 달려가 안아 보고 싶은 백치미 꽃. 나두 시방 이 글을 쓰고 나면 부지런히 한 마리의 불나비가 되어 엘레지의 꽃속으로 파고 들어 갈 예정이니 이일을 어이하면 좋단 말입니까. 이병을 어이하면 좋단 말입니까. 백치미꽃 얼레지는 절대 이런 사정을 알 수 없으련만 우리는 이꽃을 향해 마음까지 송두리째 죄다 주고 옵니다.

 

아주 이른 봄 가장 원초적 생기 발랄한 모습으로 대지를 응시하며 유혹하는 얼레지의 모습은 환상입니다.

그 모습대로 세계의 뭇남성들의 마음을 쿵닥거리고 설레게 하는 것 많은 틀림없는 일이 오니 그래도 그래도 안 보고는 못배길 얼레지를 올해에도 버선 발로 맞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예쁘고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꽃 분명합니다.

 

 


백합과에 있는 비늘줄기 뿌리를 갖인 여러해를 살아가는 야생화이지요. 가제무릇, 며느리취, 얼러주, 얼레기,등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키가 한뼘정도로 올라오지요. 바로 꽃대입니다. 낙엽이 많은 비옥한 곳에서 한무리가 군락을 이루어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군무를 추듯 깔깔거리며 함께 살아가지요.

 

자주색이련가, 분홍색이련가. 꼭 한송이만이 가지끝 꽃대에 땅을 향해 피여있는데 아주 만개일 때나 아님 만개 직전의 모습도 한폭의 유혹 입니다. 만개가 되더라도 낮에는 화폭이 열려있지만 밤에는 꽃송이를 가슴에 품고 밤을 지새운답니다. 시원시원한 여섯개의 주홍색 꽃살닢으로 땅만 쳐다 본다지만 왠청 딴짖도 많이하는 것 같아요. 아침에서야 나뭇사이로 비쳐지는 햇빛을 받아 꽃을 엽니다. 밤새 꽃을 닫았다가 아침 햇살에 가슴을 할짝 열어 져끼지요. 부지런하면 아침에 곁에 서서 꽃몽오리가 햇살을 받아 점점 열리는 순간을 눈과 가슴에 담을 수가 있습니다.

 

 

발랑 뒤로 져껴진 꽃 속살 속에는 영어문자인 떠블유자의 문신이 새겨져 있어요.

전 그 의미를 모르겠어요. 저속에서부터 나온 진한 자색의 꽃밥이 이꽃의 아름다움을 마무리 하지요. 고

 

산지역에서만 볼수 있지 왠만한 작은 산에서는 만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아주 이른 봄 잠깐 왔다가 사람의 마음을 뒤 흔들어 놓고는 홀연히 사라지고 말지요. 얼레지라는 꽃이름이 실은 꽃의 아름다움에 비해서는 걸맞지가 않지만은 어찌하나요. 잎사귀의 생김이 예비군 군복같은 문양이예요. 황녹색 바탕에 붉은자주 색들이 버짐처럼 나아있어요. 어루러기라고해서 피부에 나는 작은 점 모양의 피부병인데 이꽃의 잎사귀가 그리 흡사하다고 해요. 해서 어른들이 그렇게 지어 주셨으니 시방은 그리 쓸수 밖에요. 꼭 치마를 대지에 너르듯 두장의 잎이 꽃줄기를 가운데 두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둥글 길쭉한 모양새로 도톰한 살이 붙어있어 산토끼가 자주 와서 식사를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얼레지꽃의 잎사귀가 반토막으로 잘려 나간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분명 맛이 있을 거예요. 사람도 어린 잎은 나물로 해먹었습니다. 아주 산골에서는 구황식품으로 귀하게 대접 받았지요. 달착지근하면서 부드럽고 입안에 착 감기는 맛이 좋아 최고의 산나물로 자리매김하였답니다. 묻혀서 드시거나 국을 끓여서도 드셨다하니까요.

 

지금은 고기를 싸서 드셔 보니까 사과향 같은 상큼한 맛이 난다고해요. 이 또한 일품이라 하더군요.

 

약간의 독성있어 많이 드시면 설사를 한다하니 유의해서 드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흰얼레지는 독성이 강하다해요. 그러니 이른 봄철 연한 잎을 뜯어다가 한참을 물에 담갔다가 쓰시면 됩니다. 잘 말려서 묵나물로 오래도록 드셔도 왜아니 좋겠습니까.

 

 

 

뿌래기에는 녹말성분이 많이 있어서요. 뿌래기를 잘가져다가 강판에 갈아 자루에 넣고 여러번 치댄다음 그 물을 잘 가라앉! 혀 햇볏에 말리면 뽀여언 녹말가루가 남는답니다. 이 녹말가루는 영양가가 높아 일본에서는 명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산마늘을 명이나물이라고하는데 양쪽 다 아주 귀하고 그만큼 몸에 아주 유익하다는 것이랍니다. 우리가 녹말가루를 가다가루라고 알고 왔는데 그 가다가루라고하는 일본말이 있는데 바로 이 뿌래기 가루를 말한다 하더군요.  비늘줄기 뿌리는 약용으로도 긴히 쓰입니다. 차전자엽산자고 혹은 산우두라해서 한약으로 사용합니다. 뿌래기 줄기가 꽤나 나가요. 땅속으로 한뼘을 넘게 파고 들어가다 한쪽으로 굽는 승질이 있어요. 굵기가 새끼 손가락만하지요. 뿌래기는 약용으로 자양강장제로 응용해왔답니다. 우리 민가에서는 소화기관을 돕고 구토나 설사 이질 해독 해열제로 널리 쓰여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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