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 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굴 줄 안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집으로 이사를 가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 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32평 아파트 열쇠 꾸러미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켠
두어 평 남새 밭 만큼도 넉넉지 못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분양 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무욕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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