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잭살" 차(茶)를 아십니까

아기 달맞이 2011. 4. 9. 08:20

작설차(雀舌茶)와 녹차(綠茶)의 관계는

차(茶)란 아시다시피 차나무의 어린잎을 따서 만든 음료다. 찻잎을 따는 시기와 제조방법 그리고 발효정도에 따라 명칭은 각양각색이지만 이 전체를 일컫는 명칭은 녹차(綠茶)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통칭하는 다른 이름이 있었을까.

다름 아닌 작설차(雀舌茶)다.
작설차는 절기상 곡우와 입하(4월 말에서 5월 초)사이에 차나무의 새순이 참새의 혀 만할 때 따서 만든다는 뜻에서 붙인 명칭이다. 1980년대부터 차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녹차(綠茶)"라는 이름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전까지 우리 민족이 불러온 이름이 바로 이것이다. 심지어 <동의보감>에서는 차를 "작설차"라고 한글로 기록한 것만 보아도 우리 차의 대명사는 작설차였다.

이 고유의 명칭은 일본이 차를 녹차로 부르는 것과 모 대기업이 내놓은 상품의 명칭등의 영향을 받아-이를테면 "설록차(雪綠茶)"-서서히 잊혀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이제는 탕색이 푸르게 우려져 나오는 차의 국제 통용어는 녹차(green tea)가 됐을 정도로 녹차는 국제적으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실정이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렴(金大廉)이 당나라로부터 차 씨앗을 가져다 왕명으로 지리산에 심으면서 시작된 한국의 차 역사는 고려시대에는 화려한 다풍(茶風)을 열었으나 억불(抑佛)정책을 펴오던 조선시대에는 전반적으로 소수계층의 전유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부흥기(?)를 맡게되니 바로 그 시기가 일제 강점기였다.

일본은 본토의 차 수요를 대는 한편 식민지 지배의 한 방편으로 한국 차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끝에 광주에 무등다원(無等茶園) 정읍에 소천다원(小川茶園) 그리고 보성에 보성다원(寶城茶園)등의 대규모 차밭을 조성한다. 그 이전까지 절의 손바닥만한 터 밭이나 야산에서 돌보는 이 없이 목숨을 이어가던 차나무로서는 이제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됐으니 매우 신세가 좋아졌다고나 할까.

의재 허 백련이 차 생활을 즐겼던 무등산 기슭의 "삼애다원"도 일본인 오자끼 이찌오(尾峰市三)가 경영하다 두고 간 다원을 정부로부터 불하 받은 것이었다고 한국다도연구원 조은 원장은 설명한다. 일본은 그리고 1930년대부터 상류층 출신이나 다닐 수 있던 고등여학교와 여자전문학교에서 다도교육을 실시했으며 10년 후에는 47개 고등여학교와 상당수의 여전에서 교습되었다. 그것이 씨가 되어 지금까지 뿌리를 내리면서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작설차가 아닌 일본식 녹차(綠茶)를 일본식 다도(茶道)라는 틀에 담아낸 <일본문화의 이식과정>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기무치가 우리 식탁의 김치까지 넘보려하다가, 우리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반격에 나서 세계시장에서 김치가 공인을 받게 한 노력이 차(茶)분야에선 더욱 더 아쉬운 실정이다.

녹차는 증제차(蒸製茶), 그렇다면 작설차는

녹차는 무엇보다도 "푸르름을 간직한 찻잎에 물을 부었을 때 우러나오는 연녹색의 찻물"이 일품이다. 그러나 이 빛깔의 찻물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제다법(製茶法) 가운데 녹차는 밭에서 따온 찻잎을 그대로 증기로 쪄내는 것이 다른데, 바로 이것은 찻잎에 있는 효소인 폴리페놀옥시다제(polyphenol oxydase)의 활성을 잃게 해 산화를 막고 고유의 녹색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작설차는 빛과 맛과 향이 어떠했을까.
이익의 성호사설에 "우리 나라에는 (고유)차가 없고 다만 작설이 있다"고 하는 등의 문헌상의 언급을 보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차는 작설차였으나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향기를 찾는 사람들"(대표 박희준)의 현장연구를 통해 다행히도 윤곽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이 작업은 5년 전 신라시대 이후 전통 차의 본고장인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과 호남지방 구체적으로는 하동의 화개와 岳陽, 광양의 다압 민가등지 그리고 사천의 다솔사 등에 남아있는 전통차의 파편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밝혀낸 제다법으로는

1)찻잎을 바깥의 햇볕이나 방안 또는 부뚜막에서 시들게 한 다음 실내에서 비비기와 말리기를 하는 극히 간단한 것이다. 이 경우 차의 모양새와 향미가 거칠다.
2)다른 방법은 "시든 찻잎을 발효시키는 것"이다.
즉 식물이 수분을 잃으면서 나오는 산화효소가 충분히 작용하도록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킨 다음 사과나 복숭아 등 과일 향이 나올 때 말려서 차를 만드는 것으로, 효소의 작용을 반대로 억제하는 녹차제조법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색깔은 대표적인 발효차인 홍차와 같이 황금색이 감도는 적색에 과일 향이 솔솔 풍기며 개운한 단맛이 나는 전통차가 되살아났다. 관계자는 일단 확인이 마무리된 이 "전통 발효차"에 대해 일반적인 의미의 작설차와 구분되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것이 "잭살차"다. 사실 차의 본고장인 자리산 자락에서는 실제 이 같은 방법으로 차를 만들어 마셨고 이 차를 "잭살차"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이는 작설차에 대한 이 지방 사투리다. (출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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