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은 오랜 투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열반 전날까지도 또렷한 의식을 지니며 꽃과도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열반 하루 전인 10일 법정 스님의 고향인 전남 해남에 있는 미황사에서 금강 스님이 음악가 노영심씨 편을 통해 눈맞은 동백꽃과 매화 꽃송이들을 보내드리자 꽃잎들을 하나하나씩 만지면서 꽃들을 향해 “올라오느라고 고생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11일 입적한 법정(78) 스님이 마지막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자신이 기거하던 강원도 토굴 ‘수류삼방’이었다.
12일 법정스님 다비 준비위원회 대변인 진화스님에 따르면, 법정은 10일 밤 삼성서울병원에서 상좌 7명에게 “강원도 수류삼방 토굴에 가고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눈 탓에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상좌들이 “길상사로 가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는 법정이 창건한 사찰이지만 법정 스님은 단 하루 밤도 길상사에서 지낸 적이 없다. 법회 등을 마친 후에도 항상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법정스님은 11일 오전 11시50분 병원을 나와 낮 12시30분 길상사에 도착했다. 상좌들이 “절입니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오후 1시51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법정스님의 법구가 12일 정오 스님이 입적한 서울 성북동 길상사를 떠나 전남 순천 송광사로 운구됐다.
길상사 행지실에 모셔져 있던 법정스님의 법구는 이날 오전 11시께 모시던 상좌스님들과 신자, 조문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락전 앞으로 천천히 이운됐다.
법구는 일체의 거창한 장례절차를 치르지 말아 달라는 스님의 유지에 따라 화려한 장식의 관 대신 스님이 강원도 오두막에서 평소에 사용하던 대나무 평상과 똑같이 만든 평상 위에 올려진 채 가사로 덮인 모습이었다.
법구는 극락전 앞에서 부처님에게 간단한 인사를 올리는 의식 이후 곧바로 영구차에 실려 스님의 출가 본사인 송광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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