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

올 사이로 넘나드는 고운 바람

아기 달맞이 2011. 3. 28. 07:50

우리 여름 천 삼베&모시
올 사이로 넘나드는 고운 바람
곱게 풀을 먹여 창문 앞에 걸어두면 살랑살랑 바람도 들고 은은하게 노을빛도 스미던 새하얀 모시 옷 한 벌. 그 아름다운 풍경을 올여름, 집 안 곳곳에 담아보자. 까슬까슬한 질감의 멋과 맛이 살아 있는 여름 대표 소재 삼베와 모시는 현대의 모던한 아파트 공간에 시원한 감촉과 서정적인 운치를 더해준다.


자태에서 쓰임새까지 모두 좋은 삼베와 모시
까슬까슬한 촉감이 매력인 삼베와 모시는 마에서 추출한 섬유로 짠 원단. 삼베는 대마(삼)에서 뽑은 원사로 거칠고 성기게 짠 것이고 모시는 이보다 가는 저마에서 뽑은 원사로 촘촘하게 짠 것이다. 삼베는 짜임이 성글고 통기성이 좋으며, 모시는 가볍고 피부에 닿는 감이 시원해 여름철 옷감이나 이불 소재로 주로 사용되었다. 색이 곱고 마치 종이처럼 다루기 쉬워서 인테리어 소재로 써도 손색이 없다. 특히 최근에는 노출 콘크리트, 철재, 자연 대리석 등 질감을 강조한 소재들이 떠오르고 있는데, 삼베와 모시의 자연스러운 텍스처를 살린다면 최신 유행 데커레이션에 동양적인 멋까지 더할 수 있다.

빛, 바람, 공간이 통한다
삼베와 모시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거칠고 성긴 표면 사이로 시선이 통하기 때문. 공간을 분리하고 싶지만 답답한 느낌이 싫을 때 이용하면 제격이다. 색감과 거친 짜임새를 그대로 살리려면 한 통으로 걸고, 좀 더 색다르게 연출하고 싶다면 몇 가지 컬러를 함께 매치해볼것. 각기 다른 색을 조금씩 겹쳐 연출해도 재미있는 그림자 효과를 낼 수 있다.

(왼쪽) 무거운 느낌의 커튼 대신 삼베를 이용해 햇빛을 가리는 발을 걸었다.
(오른쪽) 공간과 공간을 분리해주는 파티션은 좀 더 가벼운 느낌의 모시가 제격이다. 한국의 오방색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제작한 ‘본견색동’ 셰이드(100×250cm)는 이현디자인 제품으로 25만 원.

(왼쪽) 침실에 고슬고슬한 여름 촉감을 입히다
통기성이 좋고 습기의 흡수와 발산이 빠른 모시 침구는 까슬까슬하고 시원한 촉감이 더운 여름 체감온도를 낮춰준다. 꽃무늬 자수나 조각보를 덧댄 전통 스타일보다는 조형성을 강조한 현대적인 디자인을 골라야 모던한 침실 공간이 살아난다. 단순하고 그래픽적인 패턴을 프린트해도 재미있다. 모시의 본래 빛깔 위에 검은색 직선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모시 침구와 영문 타이포그래피를 프린트한 원단은 섬유작가 이성순 씨의 작품. 현우디자인에서 판매한다. 우드 소재 파티션을 침대 헤드로 이용한 침대는 아르마니 까사 제품.

(오른쪽)  조각조각 아름다운 가리개
오픈형 수납장이나 선반은 많은 양의 옷이나 물건을 짜임새 있게 정리하기 좋지만 먼지가 쌓이기 십상. 이럴 때는 칸칸이 모시나 삼베 원단을 잘라 수납장 윗면에 고정시키면 먼지도 막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기에도 좋다. 부엌 선반이나 책장에도 이용할 수 있는데, 특히 커다란 책장에 각기 다른 컬러를 배치하면 마치 커다란 하나의 조각보 같은 벽면 오브제가 된다. 중앙에 리본을 달아 롤업 타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셰이드는 이현디자인 제품으로 15만 원. 투박한 멋이 느껴지는 삼베 베개와 방석, 새하얀 모시옷은 꼬세르 제품. 현대적인 디자인의 옷장과 스탠드는 아르마니 까사 제품이다.


(왼쪽) 질감만 강조해도 그림이 된다
투박한 멋의 삼베와 고운 광택이 나는 모시는 마치 종이처럼 잘 구겨지는 빳빳한 느낌의 원단이다. 이러한 질감을 살려 포인트 벽지처럼 벽에 붙여도 색다른 멋이 난다. 이런 자연스러운 질감을 이용해 벽 장식으로 사용했다. 삼베와 모시의 결이 고운 것부터 정제되지 않은 것까지 패널로 만든 작업은 섬유작가 차영순 씨의 작품. 삼베와 모시를 만드는 원재료인 마사를 이용해 조형적인 느낌의 매듭 장식을 가미하기도 했다. 경쾌한 노란색 컬러와 도톰한 실의 질감이 재미를 더한다.

(오른쪽) 비교적 크기가 크고 오래도록 간직하는 앨범. 답답해 보이는 가죽 표지에 심베과 모시의 자투리천를 이용해 커버를 씌웠다. 삼베로 손잡이와 뚜껑을 만들어 씌운 바구니는 솝니 제품. 가죽 소재의 사무용 테이블 매트는 아르마니 까사 제품.


일상의 소소한 물건에 운치를 더하다
삼베와 모시는 제법 두께가 있어 커버를 만들거나 테이블 러너로 사용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까슬까슬한 촉감이 시원스러운 느낌을 더해 여름 인테리어에도 안성맞춤. 

(왼쪽) 은은한 간접조명을 만들어주는 삼베로 제작한 갓을 씌운 스탠드. 직사각형으로 자른 천조각들을 바느질로 이어 조각보를 씌운 듯한 느낌이 난다.
(오른쪽) 담박한 멋을 살린 모시 테이블 러너와 삼베 컵받침은 솝니 제품. 유리컵은 아르마니 까사 제품.

모시·삼베 손질법
울샴푸 같은 약한 중성세제를 사용해서 가볍게 손빨래를 한다. 너무 세게 비비거나 문질러 빨면 섬유의 결이나 옷의 형태가 손상되기 쉽다. 모시보다 더 뻣뻣한 삼베의 경우는 섬유가 꺾이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차가운 물을 사용할 것.

풀 먹인 부분과 땀에 오염된 부분은 섬유가 상하기 쉬우니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약간 더운 물에 고급 알코올 세제를 2~3% 타서 용액을 브러시에 묻혀 옷감을 톡톡 두드린다. 그래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옷감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에 표백제를 1/2작은술 정도 타서 한번 가볍게 주무르고 10분 정도 지난 후 마지막 손질을 한다. 이러한 세탁 과정이 끝나고 나면 자연건조를 한 다음 창호지에 싸서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이때 다림질을 해서는 안 되고 풀을 먹여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