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야생화

당귀와 차

아기 달맞이 2010. 8. 30. 07:48

당귀와 차

 
요즘은 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천장에 약봉지를 매달아 놓고 두건 쓴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전통적인 한약방을 떠올리면 특유의 한약 냄새가 느껴진다. 물론 여러 가지 한약냄새가 섞여 있는 것이지만 그 향기의 70%는 당귀가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당귀는 한약을 대표할 만한 향이 가득한 약재이다.

당귀는 ‘승검초’라고도 하며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식물 전체에 보랏빛이 돌며 두툼한 뿌리에서는 강한 냄새가 난다. 줄기는 곧게 자라서 1∼1.5m까지 자란다. 잎은 1∼2번 3갈래로 갈라진 겹잎으로, 하나 하나의 잔잎은 다시 3∼5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잔잎의 잎 가장자리에는 고르지 않은 톱니들이 있다. 잎자루 아래쪽은 날개처럼 되어 줄기를 감싼다. 꽃은 일반적으로 보라색이며 8∼9월에 무리지어 핀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넓은 날개가 달려 있다.

우리나라 곳곳의 산골짜기 냇가 주변에서 자라지만 최근에는 보호종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흔하지는 않다. 그래서 약용으로는 대체로 재배하여 이용하고 있다.

당귀는 그 잎과 줄기를 이른 봄에는 나물로 먹기도 하며 꽃이 피기 전인 7∼8월이나 가을에 서리가 내린 후부터 겨울에 눈이 내리기 전까지 뿌리를 캐서 줄기와 잔뿌리를 잘라 버리고 햇볕에 말려 약재로 쓴다. 당귀 이외에도 기름당귀, 일당귀, 사당귀(바디나물) 등이 있기 때문에 당귀를‘참당귀’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일당귀를 당귀로, 중국에서는 앙겔리카 시넨시스(Angelica sinensis)를 당귀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들은 당귀와 약효가 비슷하다.

한편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개당귀라 불리는‘지리강활’이라는 독초가 있는데 거의 당귀와 흡사하여 매년 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귀의 모습이더라도 잎에 상처를 내어 냄새를 맡아보면 개당귀와 참당귀를 구별할 수 있다. 참당귀의 향기는 달콤한 반면 개당귀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

‘당귀(當歸)’라는 이름은 옛 풍습에서 그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 중국의 부인들은 남편이 싸움터에 나갈 때 당귀를 품속에 지니고 있게 하여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또 전쟁터에서 기력이 다하여 죽게 되었을 때 당귀를 달여 먹으면 다시 기운이 회복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믿어‘마땅히 돌아온다’는 당귀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암소가 젖꼭지가 푸르스름해져 송아지에게 젖을 물리지 않아 걱정하던 차에 암소가 산에 올라가 스스로 승검초를 뜯어먹고 병이 낳아‘소의 병을 마땅히 고친다’ 하여 당귀라 한다는 강원도 촌로의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건강은 기본, 미(美)까지 덤으로 주는 당귀와 차의 만남
한의학에서 당귀는 피를 보충하는 대표적인 보혈제로 부인과의 성약(聖藥)이라 불릴만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여성들의 월경 불순이나 생리통 같은 생식기 질환은 물론 갱년기 증후군, 히스테리, 두통, 빈혈 등에 두루 사용하고 있다. 자궁을 튼튼하게 하고 몸의 물질 대사 및 내분비 기능을 활발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혈액 순환을 좋게 하므로 체질이 허약한 사람이나 임신이 잘 안 되는 사람, 심장이 약한 사람한테도 좋다.

《본초강목》에는“두통과 가슴과 배가 아플 때 사용한다. 소화관과 근골, 피부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하고 종기를 치료한다. 피를 조화롭게 하고 또 보충한다”고 하여 역시 피를 이롭게 하는 좋은 약임을 말하고 있다. 두통, 소화관의 문제, 피부 등에 사용하는 경우도 한의학적인 혈의 문제로, 건조함이나 어혈 등의 문제가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당귀는 기름 성분이 많아 대변을 부드럽게 하여 변비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당귀는 차로 마시기에도 좋다. 10g 정도의 당귀를 한 시간 정도 달여서 하루에 나누어 마시면 피부의 건조나 어지러움 등의 한의학적인 허혈(虛血), 어혈(瘀血)의 여러 증상에 응용할 수 있다. 또한《동의보감》에는 당귀를 주요 재료로 만든‘자음지황환’을 차 달인 물에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자음지황환은 기혈이 약해져 몸이 피곤하고 특히 눈빛이 탁하고 침침한 경우에 쓰는데 당귀 등을 이용해 혈을 보충하며 차를 이용해 몸을 맑게 하는 작용을 함께 의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녹차로 유명한 모 대기업에서는 당귀 추출물을 화장품에 이용하기도 하며 당귀를 이용한‘미인본차’라는 기능성 차를 시판했다. 당귀와 차와의 만남은 건강에 이로움은 물론이고 덤으로 생기는 것이 아름다움인가보다. 차고 건조한 날씨에 푸석하고 메마른 피부가 걱정일 때 뜨거운 당귀차에 녹차를 우려 마시는 감각은 지혜로운 미인의 모습이다.

도원석 도원석한의원장,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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