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밖에서 - 안복식
누군가 낸 산길을 따라
산에 오르다 보면
산은 깊어질수록 고요하고
오를수록 가벼워지는
투명한 마음들과 만나게 됩니다
키작은 억새 바람에 몸을 눕히고
늙은 소나무 허리 굽혀 지키는 곳
그곳은 바람도 숨죽여 오르는 산길입니다
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길은 간간이 정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저만치 오른 길 뒤돌아 보라며
널따란 바위를 내어주기도 합니다
산길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하여
잠시 평원에 다다르고 보면
마치 인생길과 흡사하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산길에선 정상을 볼 수 있기에
또 투명한 가슴으로 서로 품어줄 수 있기에
우리 인생길도 저 산길 같기를
산길 밖에서 그리워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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