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사랑하는 동안 나는 늘 외로웠다/양애희

아기 달맞이 2010. 7. 30. 17:22



 

사랑하는 동안 나는 늘 외로웠다/양애희
    
                  


언덕길에 비껴 선 투영의 들꽃처럼

오래오래 깊은 잠에 취한 노래처럼

정해진 잎은 있으되 줄기 없는 운명처럼

바람 부는 빈 뜰에 혼자 있는 나는 외로웠다





오래도록 그대를 사랑하면서도

몸 속 운명의 꽃밥에 머물지 않는 나비처럼

은빛 억새마다 흔들려 겹쳐지는 내 안의 그림자처럼

가슴자리, 그렇게 참을 수 없는 눈물로 외로웠다




사랑하면 할수록

지문 속에 박힌 침묵의 달그림자

못 견디어 하늘가에 보내도

또 다시 곁에 두는 너로 하여 나는 외로웠다




이름없는 것들에 매달려

그렇게 알듯 모를 듯 허기진 그리움


은사시나무 숲마다 기댄 세월의 절규위에서

오로지, 나를 위한 사랑을 한 적 없는 나는
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