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열린 가을 정기법회에서 법정(法頂·75·사진) 스님이 불교계 일각을 질타했다. “오늘 이 자리가 대단히 부끄럽고 쑥스럽다”고 말문을 연 스님은 “주지 자리를 놓고 다투는 일은 출가 정신의 부재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공주 마곡사와 제주 관음사 등에서 주지 선출과 사찰 운영 문제로 빚어진 분란을 겨냥한 말이었다. “‘출가(出家)’란 살던 집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온갖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안팎으로 정진하고, 참선하지 않는다면 비리에 물들기 쉽다.” 법정 스님은 승가의 생명은 ‘청정(淸淨)’에 있다고 강조했다. “청정성을 잃을 때는 이미 승가가 아니다. 겉으로만 수행자일 뿐, 속으로는 돈과 명예를 챙기는 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급기야 법정 스님은 “어찌하여 도둑들이 내 옷을 꾸며 입고 부처를 팔아 온갖 악업을 짓고 있느냐”라는 부처님 말씀을 인용하며 “문제를 일으킨 그들은 불자(佛子)도 아니며, 가사(袈裟) 입은 도둑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그런 뒤 스님은 길상사 극락전 앞마당에 모인 수백여 대중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생각해 보라.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는가. 소유는 욕망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없다. 참선과 정진만이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거기에 자유와 평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깥의 돈과 명예만 좇는 이들은 내안의 아름다움을 등지고 있는 이들이라고 했다. 이날은 바람이 스산했다. “딸~랑, 딸~랑.” 법당 처마의 풍경 소리도 차가웠다. ‘청정 승가’를 외치는 칠순 넘은 노승의 마음만 뜨겁디, 뜨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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