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한칸 다실갖기- 차를 즐기는 사람들]선형제문화원 신해숙 대표의 차 이야기

아기 달맞이 2010. 6. 10. 09:49

점다법'으로 다반사의 행복을 더하다
아토피와 암 예방은 물론 정신을 맑게 해주는 녹차는 현대인을 위한 상비약과 같다. 선형제문화원의 신혜숙 대표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잔의 차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녹차 애호가다. 신혜숙 대표가 말하는 녹차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을 소개한다.


왼쪽에 놓인 꽃병과 화로 위에 주전자는 정소영의 식기장, 물 항아리, 다호, 차시 등을 담는 통, 다완은 모두 고덕우 도자기, 벽에 걸린 작품은 홍성덕 작가의 ‘깨우치는 순간’, 장소는 희래당문화원.

“첫째 잔은 향기를 내고/ 둘째 잔은 세상 시름 덜어 주고/ 셋째 잔은 갈증을 풀어 주고/ 넷째 잔은 땀이 나게 해 불평스러운 모든 일을 잊게 해 주고/ 다섯째 잔은 피부를 깨끗하게 해 주고/ 여섯째 잔은 정신을 맑게 해 주며/ 일곱째 잔은 날개를 달고 날아가게 해 준다.”
- 당나라 시인 노동의 <칠완다가> 중 ‘일곱 잔의 차’
2002년 <타임>이 선정한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꼽힌 녹차는 유독 애호가가 많다. 진한 풀 향기를 머금은 것이 목구멍을 따라 내려와 온몸으로 퍼질 때면 팽팽하게 감긴 일상의 타래가 풀어지는 듯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의학적으로도 항노화 작용은 물론 유해 산소 차단 효과까지 입증된 바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만병을 고치는 녹차 혁명>에서는 녹차를 현대인의 상비식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암을 비롯한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금치나 당근 등의 녹황색 채소를 섭취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녹차는 녹황색 채소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녹황색 채소’라는 것이다. 또 녹차의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은 효능이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혈중 지질, 혈압, 혈당 수치 등 생활습관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의 작용을 억제하며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데 종종 어떤 이들은 녹차에 함유된 카페인 때문에 많이 마시면 속이 쓰리고, 수면 장애를 겪는 등의 애로 사항을 토로하기도 한다. 20년 넘게 차를 즐겨온 신혜숙 대표는 6개월 전, 점다법 點茶法(가루차를 달여 마시는 방법)을 처음 접했다. “차를 마시는 방법에 따라 점다법, 전다법 煎茶法, 포다법 泡茶法으로 나뉩니다. 그중에서 점다는 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갈아놓은 녹차를 넣은 후 예열을 이용해 우리는 방법입니다. 저처럼 녹차를 마시면 속이 쓰리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녹차의 이로운 기운만 취하는 방법, 점다법 신혜숙 대표는 뜨거운 물에 차를 넣고 우려내는 포다법으로 녹차를 마시다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녹차 잎을 넣고 다관에서 차를 우리는 동안 다관에 가만히 손을 대보세요. 찬 기운이 느껴질 겁니다. 이것이 녹차의 냉한 기운입니다. 점다는 바로 이 냉한 기운을 빼내는 방법이지요.” 점다법을 이용해 차를 우리면, 냉한 기운은 없애고 녹차의 좋은 기운만 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혜숙 대표는 점다법을 알기 전에는 녹차를 마시면 속이 쓰려 서너 잔 이상 마시지 못했다. 점다법은 고려 시대에 귀빈을 대접하던 가루차 다법으로, 왕실과 불교 사원, 귀족 사회와 서민 사회에서 널리 행해졌다. 그 뒤 조선 시대에는 가루차를 마시는 풍속이 쇠퇴해 겨우 명맥만 유지해오다가 최근 차를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복원된 것이다. 신 대표는 점다법 덕분에 이제 녹차를 몇 잔이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어떤 날은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점다법으로 우린 녹차를 마신 적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신 대표는 점다법으로 녹차를 즐긴 이후 피로 해소는 물론 뭉쳤던 어깨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을 받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부가 맑아졌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었다. 신 대표의 말에 따르면 점다법으로 우린 녹차를 마시면 몸의 긴장이 확 풀리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단다. 이는 녹차의 냉한 기운은 빼고 좋은 기운만 받아들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1 점다법으로 차를 우릴 때 사용하기 좋은 주전자는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2, 4 차 색깔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맑은 색의 다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덕우 도자기에서 판매.



3 선형제문화원 신혜숙 대표.

오감을 열어야 하는 시간 점다법으로 차를 우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순간과 차를 넣는 시점이다. 신혜숙 대표는 이에 대해 “불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면서 그 모양새를 지켜봐야 합니다. 처음에는 가운데로 물방울이 동그랗게 올라오다가 이내 ‘물고기 눈’처럼 큰 모양으로 떠오르고, 마지막으로 ‘물고기 눈’이 원심력에 의해 가운데로 뭉쳐 물기둥을 이뤄 꽃망울 피어오르듯 터지는데 그 순간에 불을 꺼야 합니다. 그리고 물김이 조금 빠지고 물방울이 ‘새우 눈’만 해졌을 때 차를 넣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초보자라면 이렇듯 말로만 들어서는 차를 넣는 정확한 시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 일련의 과정을 한번 지켜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점다법으로 차를 우릴 때는 오감을 열어놓아야 한다. 물이 끓어 불을 꺼야 하는 시점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사람의 오감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물이 끓어오를 때 뚜겅을 열어 놓으면, 그 소리가 마치 말이 평지를 달릴 때 나는 소리와 흡사하단다. 점다법을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주전자와 전기 화로, 그리고 녹차를 가루로 만들기 위한 약절구(맷돌이면 더욱 좋다)와 다완 정도다. 포다법으로 차를 우릴 때는 작은 찻잔을 사용하지만, 점다법에서는 말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깊고 넓은 다완이 좋다. 가루를 가라앉히고, 물이 약간 식은 다음에 마시기 위함이다. 또 점다법에 적합한 녹차는 우전이다. 무엇보다 덖음이 잘된 차가 좋은데, 아홉 번 덖은 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떤 이들은 녹차를 약절구에 넣고 가는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일본의 말차를 이용하는데 이는 점다법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우리의 전통 방식 그대로 잘 덖은 우전이 제격이다. “점다법으로 차를 우릴 때는 물신과 불신 그리고 차신이 만나야 합니다. 차신은 차의 기운을 일컬으며, 물신은 차를 우리기 위해 불필요한 성분이 날아가고 진수만 남은 물의 좋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물 온도가 너무 높으면 차향이 죽고, 너무 낮으면 차의 찌꺼기나 냉기가 빠지지 않아 차를 마실 때 떫은맛이 진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가장 귀한 첫물차, 설록 장원
아모레퍼시픽 설록은 제주 설록다원에서 가장 먼저 딴 녹차 장원을 매년 300개 한정 판매한다. 장원은 제주도 한라산 중턱 설록다원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차나무에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채엽한 1심의 가장 귀한 어린 찻잎으로 만든 차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차나무 잎이 자라는 곳이기 때문에 설록다원에서 가장 먼저 채엽한 장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따서 만든 차인 셈이다. 찻잎을 딸 때도 새벽 동틀 무렵부터 아침 햇살이 강해지기 전 단 3시간 동안 손으로 일일이 1심을 채엽해 조선 시대 후기 선인들의 전통 제다법을 재해석한 장원제다법을 거쳐 완성한다. 문의 080-023-5454


점다법으로 녹차를 즐기는 방법
1 항아리에 미리 담가놓은 물을 바가지로 퍼서 주전자에 담는다. 이때 7부 정도만 채워야 뚜껑을 열고 물이 끓는 것을 지켜볼 때 물방울이 밖으로 튀지 않는다.
2 물이 끓는 동안 녹차를 약절구에 갈아서 다호(차 항아리)에 넣는다. 1인 기준 한 스푼 정도의 양이면 된다. 3 물이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고 물방울 모습을 관찰한다. 처음에 물방울이 동그랗게 올라오다가 ‘물고기 눈’처럼 커지고, 그 물고기 눈 모양의 물방울이 가운데로 뭉쳐 꽃처럼 피어오를 때 불을 끈다. 그 상태에서 30초 정도 둔다.
4 물의 용솟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때 차시를 이용해 갈아놓은 녹차를 넣는다. 이때 한 번에 툭 털어넣기보다는 세 차례에 나눠 넣는 것이 좋다.
5 차를 넣고 1분 정도 뜸을 들인다. 이때 찻물 위로 거품이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정상이다.
6 다완에 따라놓았을 때 차 색깔이 맑은 녹색을 띠면 잘 우려진 것이다. 다완을 천천히 돌려가며 한 김 식힌 후 가루를 가라앉히고 마신다.
* 일반적으로 포다법으로 우린 녹차는 손님에게 차 특유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는 첫 잔을 내는 게 예의라고 하지만, 점다법으로 차를 우린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 잔에는 특유의 거품이 따라 나와 외관상 지저분해 보이므로 우린 차를 주인이 먼저 따라 마시는 것이 좋다.
* 차를 끓일 때 사용하는 물은 약수나 생수가 가장 좋다. 혹 여의치 않아 수돗물을 사용해야 한다면, 받아놓았다가 사나흘은 지나야 사용할 만하다. 수돗물은 약품 처리를 해서 위생적일지는 모르지만, 날아가지 않은 약품 냄새로 차 본연의 맛과 향이 덜하다. 



[출처]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월호) | 기자/에디터 : 황여정 / 사진 :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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