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의 한약재 마을
코끝을 스치는 한약 냄새만으로도 내 몸이 건강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동네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과 용두동에 위치한 약령시는
현재 전국 한약 유통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한약 유통 중심지. 경동시장과 약령시장을 포함, 그 주변으로 한의원 및
한약 관련 업소 1,000여개가 옹기종기 몰려있다. 근처에 청량리역과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보니, 1960년대
말부터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한약재를 취급하는 상인들이 모여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결과다.
이제 약령시는 단순한 시장 형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의약 문화에는 오랜 세월 축적되어온 우리 선조들의 지혜롭고 우수한 정신이
깃들어있고, 이를 새롭게 응용하여 다양한 교육과 관광자원으로서의 복합적인 가치를 생산할 가능성의 중심에 약령시가 서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약령시에 터를 잡고 설립된 한의약박물관은 바로 그 의미의 일환이다.
한방문화에 대해 배우고자, 혹은 한약재를 직접 구입하고자 약령시를 찾는 이들에게 한의약박물관은 그 여행길의 시작점인 동시에
길잡이인 셈이다. 동의보감타워 지하 2층에 자리한 박물관은 현재 한의약 관련 유물 420여점과 한약재 35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적인 효과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바로 알고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법들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어 무엇보다 유용한
공간이 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친절한 건강도우미
주요 전시장은 6개 구역으로 오밀조밀 나뉜다. 우선 ‘한의학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다룬 구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축소모형으로
제작된 보제원의 풍경. 조명의 움직임에 따라 병자 치료, 나그네 숙박, 기로연 행사 등 보제원에서 일어나는 모습들이 차례로 비춰지고
내레이션 설명까지 곁들여진다. 제작 과정의 세심함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전시물이다. 그밖에 한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허준과
이제마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한 코너, 옛 사람들이 사용했던 전통 의약기구를 각각의 쓰임새에 따라 분류·전시한 코너도 신선하다.
한의학이 신비롭게 여겨지는 건 자연과 인체를 연결시켜 인체의 생리현상을 이해하는 학문인 까닭이다.
‘한방과 인체’에 관한 전시구역에서는 인체가 하나의 소우주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경락과 경혈, 사상체질에 대해 패널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특히 사상체질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는 테마이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나뉘는 각각의 체질별
특성이 이해하기 쉽게 친절히 설명돼있고, 직접 자신의 체질을 감별하고 싶은 이들은 한방체험실에서 여러 검사를 통해 정확한 체질
테스트도 해볼 수 있다. 체질별로 약이 되는 음식과 건강법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체험이 된다.
‘약초마을 이야기’와 ‘어린이 한방체험’ 구역은 아이들에게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곳. 우리 선조들이 약초를 어떻게 이용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축소모형으로 재현해놓았는데 그 내용이 실감나고 흥미롭다. 산에서 약초를 채집해 집에 와 다듬고 장에 내다파는
서민들의 일상이 귀여운 인형들의 모습으로 정겹게 표현되니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도 훈훈한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어린이 한방체험 코너의
벽은 알록달록 재미난 그림으로 꾸며져 눈길을 끈다. 아이들은 다양한 동식물이 그려진 배경그림판의 패널을 열어 보면서 한약재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자연스레 학습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한의약박물관은 한약재를 넣은 향기 주머니 만들기, 천연 한방비누 만들기,
한지공예로 약소반 만들기, 동의보감 속 한방차 총명탕 만들기, 약용주 빚기 등 다채롭고 실속 있는 체험프로그램들도 운용 중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지난 2008년엔 서울시 교육청 현장학습 체험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의약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히고 자신의 체질을 파악했다면 이제 ‘조화를 위한 처방’ 코너에서 건강관리법을 배워가는 것이 순서.
이곳에는 500여종의 한약재를 식물성, 동물성, 광물성으로 구분하여 전시하고 그 기원과 약효를 설명한다. 몸에 좋은 약재, 희귀 약재,
독성 약재도 따로 전시되어 있다.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한방차, 한방음식, 한방목욕법이 실물 약재와 더불어 모형으로 소개되고,
더불어 피부에 좋은 약재들도 함께 전시돼있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코너다.
마지막으로 ‘서울 약령시의 역사와 전통’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박물관 투어는 마무리된다. 1960년대 한약방 모형을 통해 당시 서울
약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으며, 이곳의 형성 초기부터 오늘날 우리나라 최대의 한약재 전문시장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영상으로
소개돼 지금까지의 박물관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자리가 된다. 무엇보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 관한 실용적인 팁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의약박물관으로의 발걸음은 보람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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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_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787번지 동의보감타워 B2 가는 길_ 1호선 제기동역 3번 출구에서 도보 3분, 2호선 용두역 2번 출구에서 도보 7분. 관람시간_ 하절기(3월~10월) 10시~18시, 동절기(11월~2월) 10시~17시. 1월 1일, 설날, 추석,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_ 무료 문의_ 02-3293-4900~3 museum.dd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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