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텃밭서 거둬 바로 차리는 건강 밥상

아기 달맞이 2010. 1. 21. 07:59


웰빙은 먹거리에서 시작된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는 뭐니뭐니 해도 음식이기 때문. 최근 들어 ‘지방의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를 공수해다 쓴다’는 광고를 하는 음식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한다. 우리 마을 언저리, ‘건강한 밥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웰빙 맛집 많은 ‘새나리 고개’ 아시나요?
분당 율동공원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태재고개 정상 부근의 새나리 고개. 문형산과 영장산 사이로 뻗은 고갯길은 녹색지대라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한적한 시골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실제로 농사를 짓는 주민들로 이뤄진 농촌마을이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골프장이 들어서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11년여가 지난 지금. 남아있는 원주민들이 꾸준히 농사를 지어 매년 풍성한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새나리 고개가 식도락가들에게 알려진 이유도 바로 이것때문이다. 도시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음식점의 주인들은 대부분 원주민이다. 이들은 직접 재배했거나 이웃이 키운 신선한 농작물을 식재료로 쓴다.

사계절 색다른 식재료를 맛보는 재미
“지방의 청정지역에서 올라온 것도 갓 수확한 우리 농작물을 못 따라와요. 먹거리는 이동거리가 짧은 게 최고예요.” 보리밥 전문점인 ‘새나리 보릿골’을 운영하는 임채진(40)씨의 말이다. 이집의 대표 메뉴인 보리밥 정식은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찾아 올 만큼 인기다. 육류와 해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재료는 임씨가 음식점 옆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보리밥 정식을 주문해 봤다. 보리밥, 비지찌개, 된장, 각 종 나물, 쌈등이 차례로 놓였다. 다른 음식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차림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낯선 나물과 야채들이 눈에 들어온다. 임씨는 “나물은 보통 8~10가지 정도가 나가는데 그때마다 종류가 달라요. 거기 놓인 고구마 줄기는 묵은 나물인데 가을에 먹어야 꿀맛”이라고 말했다.

대나무 숯불구이집 ‘나이샷 산내음’도 마찬가지. 주인 김순자(51)씨는 “대나무통 쌈밥정식에 나오는 13가지 반찬 중 고추장 돼지 불고기와 샐러드에 들어간 당근만 빼고 다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집은 젊은 시절부터 농사를 천직으로 여겨온 남편 조규덕(51)씨와 요리사였던 아내 김씨가 함께 꾸려나가는 곳이다.

“이것 저것 심고 기르는 게 일이자 취미”라는 조씨는 자신이 키운 다양한 농작물을 손님들과 함께 나눈다. 김씨는 커다란 박스에 넣어둔 고구마를 보여주며 “이번에 수확한 건데 맛이 좋아요. 날이 좀 더 쌀쌀해지면 벽난로에 구워서 손님들께 내드려야 겠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고갯길 초입에 위치한 샤브샤브집 ‘구미호’역시 원주민 황간란(57)김복규(65)씨 부부가 운영하는 맛집이다. “샤브샤브에 넣을 야채만 20종 넘게 키운다”는 황씨는 “특히 따뜻한 봄에 다른 계절보다 다양한 야채를 올린다”고 말했다.

‘농사와 식당 운영을 동시에 하는 게 번거롭지 않냐’고 묻자 김씨가 손사래를 친다. “원래 음식은 손이 많이 갈수록 맛이 깊어지는 법”이라며 “농사만 짓던 예전보다, 수확한 식재료를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요즘이 더 뿌듯하다”며 웃었다.

< 이유림 기자 tamaro@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