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한개마을/펌

아기 달맞이 2010. 1. 6. 07:56

 

경북 성주군에 한옥이 잘 보존된 한개마을이 있다.

전주 한옥마을이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이곳에 비한다면 한옥 자체로는 전주가 상대가 안된다.

 

 

 

한옥을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볼 때,

전주는 마땅히 내세울만한 한옥집이 '학인당' 밖에 없지만,

한개마을에는 문화재자료 제354호인 극와고택을 비롯해

사도세자의 호위무관이었던 이석문이 참사 후 이곳에 터를 잡고 사립문을 북쪽으로 내고 평생을 은거한 북비교택,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교리댁 등 총 9동의 전통한옥이 문화재로 지정돼있을 정도다. 

 

(물론 전주한옥마을에는 경기전, 향교, 이목대 등 사람이 살던 집은 아니지만,

다른 방향으로 가치있는 한옥건축물이 있으니 직접 비교한다는 게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또한 한국의 대표적 돌담길을 간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통한옥들 사이로 자연석에 황토를 발라 쌓아올린 토석담이 3000m나 된다고 한다.

돌만으로 쌓은 단순 돌담길과는 달리 돌담에는 기왓장을 얹고 수키와로 이리저리 모양을 내기도 했다.

 

 

즐비한 고택과 유려한 돌담,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 주민들이 살면서 사람냄새를 그대로 풍긴다.

(전주한옥마을은 진짜 원주민은 별로 없다.)

그래서 한개마을은 지금도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마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집이 점점 좋아진다는 걸 알게된다.

건물이 신분제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보기 드문 곳이다.

특히 맨 윗집은 소나무에 연못에... 하여간에 큰 집이다.

 

 

 

그렇지만 최근 이 마을도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마을의 모습을 가린다는 이유로

아름드리 은행나무와 버드나무, 감나무 등이 여지없이 베어지고 있다.

여기저기 나무토막들이 즐비한 걸 보면 바로 얼마 전의 일로 여겨진다.

 

 

마을 일대에 즐비하던 들꽃도 대부분 제거되고 있다.

그 자리는 보기 좋은 외래종 꽃이 들어서고 있다.

파손된 돌담도 현대식으로 간단히 세워지고 있다.

깔끔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묻지 않은 돌담이다.

 

 

왕래를 편하게 하기 위해 담도 허문다.

 

 

아직까지는 주거목적의 건물만이 있지만, 관광을 위한 건물도 들어설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오래 전부터 터 잡고 살던 누군가는 또 이곳을 떠나야 한다.

 

전통은 보존개념으로 접근할 때, 비록 원형은 아닐지언정 전형은 유지할 수 있다.

그 맛은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을 관광자원개념으로 접근할 때, 그 전통은 훼손되고 만다.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들어서고,

그러기 위해 뭔가는 사라져야 한다.

그것은 전통이라는 이름만을 간직한 새로운 현대식 건축물일 뿐이다.

 

누군가 이곳에서 조금씩 사람냄새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계속 이곳이 변화한다면,

더이상 외지사람들이 이 마을을 찾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 마을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

각이 지고 깔끔해서 아름다운게 아니다.

그런건 돈 들이면 전국 어디에나 만들 수 있다.

여기오는 사람들이 그런거 기대하며 오지도 않을 것이다.

 

이곳의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심사숙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