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5일장은 모란시장에 이어 수도권에서 2번째로 큰 재래시장이다.
여주 중앙로를 따라 약 2km에 펼쳐지는 장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활기가 넘치는 재래시장이다.
아침 8시 여주군청 별관에서부터 중앙통까지 골목골목 좌판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중앙통 상리부터 창리까지는 유명 브랜드와 카페 등이 들어선 번화가고, 창리부터 하리까지는 상설시장인 제일시장이 자리를 잡았다.
수도권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현대식 상권이 자리 잡았지만 달력 끝자리 5, 10일이 되면 여주 중앙통은 재래시장의 위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루체비스타가 불을 밝히는 밤늦게까지 여주 5일장은 주민과 장꾼의 흥정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여주 중앙로 골목골목에 5일장이 들어섰다.
덤을 주고 정을 쌓는 여주 5일장
“재래시장 맛은 덤 아니겠어요~” 7년째 여주5일장에서 생선 장사를 해온 권순권씨의 손이 자꾸만 커진다. 만원을 치른 손님의 봉지에는 자꾸만 덤이 얹힌다. “마트는 양도 가격도 정해져 있잖아요. 재래시장은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고. 좋은 사람 오면 더 주고”라며 넉살좋은 웃음이 권씨 얼굴 한가득 퍼진다.
여주읍 중앙로를 따라 2km일대에 들어선 600여개 상점은 각기 다른 보따리를 풀어낸 것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고추, 땅콩을 비롯해 갖가지 나물류를 가지고 나온 김종순씨는 “나는 여주군 사람이야. 시집와 살면서 계속 왔으니까 33년 장에 나온 셈이지”라며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국산, 중국산으로 원산지 표기를 철저히 해놓은 김씨는 “요즘에는 재래시장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 팔 때도 어디 건지 다 말하고. 웬만한 큰 상점보다 더 양심적으로 해”라고 말한다. 여주5일장 상인의 60%는 여주사람이다. 경기도지만 여전히 농사를 짓는 인구가 많아 장날이면 여주 토종 상품이 나온다.
올해로 44년째 장사를 하는 윤선덕(74)할머니는 “시골에서 농사지은 거 파는 거지. 시장통이 번화가가 되면서 깔끔하게 변했어. 그래도 물건 값 싸고 인심 좋은 건 옛날 그대로야”라며 소개해준다.
전국 각지에서 온 장꾼도 흥겨운 기운을 돋운다.
강원도 횡성에서 온 최수진씨는 “나는 횡성장하고 여주장만 나가요. 강원도에서 직접 만든 손두부, 막걸리, 도토리묵을 팔아요”라며 한잔에 천원인 토종막걸리는 벌써 다 팔았다고 미소 짓는다.
생선포가게 연정희씨는 “청주에서 여주장날마다 와요. 벌써 30년째죠. 경기가 안 좋다고는 하는데 여주에는 단골 아주머니가 많아서 괜찮게 팔리는 편이에요”라고 말한다.
닭꼬치, 등갈비, 족발 등 먹거리를 파는 김동운씨는 “이 음식을 토탈먹거리라 불러요. 양평에 내 점포가 있고 여주에는 장날 맞춰서 나오죠. 벌써 10년 됐네요. 여주장은 오래된 장꾼이 많아서 10년은 명함도 못 내밀지만요”라고 말한다.
서울 대림시장에서 반찬집을 운영하는 조증손씨는 “충북 음성에서 직접 빻은 고추로 밑반찬을 만들어요. 서울 우리가게보다 여주장에서 장사가 잘 돼요. 올해는 경기가 부쩍 안 좋아졌는데 그래도 여기 장은 잘 되는 편이죠”라며 바쁘게 장사를 이어간다.
잔칫날이 되는 장날, 마트보다 사랑받는 이유
장날이 잔칫날 여주초등학교 동창인 권태영(73, 왼쪽), 석진(72)할아버지는 장터에 앉아 파전에 막걸리를 곁들인다. 취재하느라 고생한다며 마시던 막걸리까지 한 사발 건넨다. 장날이면 이곳에서 회포를 푼다는 어르신들에게는 장날이 곧 잔칫날인가보다. 술잔이 기울자 “여주장이 고려시대부터 있던 장이야~”라며 이야기보따리가 함께 열린다. “장이 처음 섰던 곳이 여기 중앙통이야. 우시장은 바로 여기 하리땅에 있었고. 쌀 파는 곳은 이 건물 뒤였고. 지금 홍천보다 더 큰 우시장이 있었다니까”라며 옛 모습을 회상한다.
여주군에는 크고 작은 마트와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다. 그런데도 달력 끝자리 5, 10일이 되면 어김없이 여주장에는 사람이 붐빈다. 이유가 뭘까. 여주군 창리에 사는 김명자(72)씨는 “여기가 마트보다 싸요. 그래서 장날 기다렸다가 물건 사고 그러지”라고 말한다. 엄마를 따라 장에 나온 박정언(오학초, 2학년)군은 “재래시장이 재미있어요. 먹거리도 많고요. 구경할 것도 많아요”라며 즐거워한다. 이웃과 함께 장을 보러 온 아주머니 한 명은 “마트는 양이 딱 정해져 있잖아. 그런데 여기서는 달라는 만큼만 줘. 더 경제적이지. 채소며 과일도 싱싱한 게 많고”라고 말한다.
카메라를 찍으면 거북해 할만도 한데 여기저기서 상인들이 엿이며 오뎅이며 먹거리를 권한다. 여주초등학교 동창인 권태영(73), 석진(72)할아버지는 장터에 앉아 마시던 막걸리까지 건넨다. 장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에서 회포를 푼다는 어르신들에게는 장날이 곧 잔칫날인 셈이다. 술잔이 기울자 “여주장이 고려시대부터 있던 장이야~”라며 이야기보따리가 함께 열린다. “장이 처음 섰던 곳이 여기 중앙통이야. 우시장은 바로 여기 하리땅에 있었고. 쌀 파는 곳은 이 건물 뒤였고. 지금 홍천보다 더 큰 우시장이 있었다니까”라며 옛 모습을 회상한다.
재래시장의 변신은 무죄,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다
중앙로에 루체비스타 불이 켜지면 여주5일장은 본격적인 ‘떨이’판매에 들어간다.
삼국시대부터 여주의 조포나루와 이포나루는 서울 마포나루, 광나루와 함께 한강 4대 나루로 불렸다. 충주에서 한양까지 풍물을 실어 나르던 중간 기척점인 여주에는 자연스레 장이 발전했다. 여주장은 고려시대 즈음 생겨났다고 전해지는데 여주군지에는 ‘조선시대 여주에서 주로 생산된 공산품은 싸리산 도자기와 창호지이며, 세종조에는 여주 양화군에 쌀 250석 적재적량의 관선 15척과 사선 20여척 그리고 이에 필요한 군정 150여명 정도가 주둔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1960년대에는 여주에만 재래시장이 11곳에 달했는데, 현재는 가남장, 대신장, 여주장만 서고 있다. 그중 여주5일장은 수도권에서 모란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가진 재래시장이다.
여주 상권살리기 추진위원회 박흥수회장은 “여주장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죠. 처음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상인의 반발이 거셌어요. 그래서 무료주차장 건립을 추진하고, 장이 서는 중앙로는 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어요”라고 말한다. 저녁 7시가 되자 중앙로에 설치된 루체비스타는 환하게 길을 비추고 떨이 판매가 시작된 여주장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여주장이 열리는 날에 각종 문화행사도 기획하고 있어요. 상인대학도 곧 세울 거고요. 재래시장이라고 못할 게 있나요. 싸고 믿을만하고 친절한 시장으로 계속 변화할 겁니다”라며 포부를 밝힌다.
서울, 수원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에서도 여주까지 직행버스가 운행된다.
알록달록 시장 천막 여주장 전경을 찍기 위해 건물 옥상에 올랐다. “천막 때문에 뭐가 보이겠어요?”라는 상인의 우려와는 달리 위에서 내려다 본 시장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특히 알록달록 저마다의 색을 지닌 천막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게다가 색색 깔의 천막 아래에서 셔터를 누르면 마치 천막 고유의 색 조명을 입힌 듯 은은한 빛깔이 사진에 묻어나온다. 시장 천막의 재발견이다.
여주5일장이 열리는 문화의 거리 5일장이 서는 여주 중앙로 일대는 밤이 되면 더욱 흥이 난다. 20여개에 이르는 루체비스타가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고 중앙로는 밤늦게까지 장꾼과 손님의 흥정으로 활기를 띤다. 재래시장 발전을 위해 중앙로 곳곳에는 분수와 무대가 마련됐고 사람들이 편하게 오고갈 수 있도록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됐다. 인근에는 재래시장 이용객을 위한 무료주차장도 만들어졌다.
강원도 토종막걸리, 안주는 무료 강원도 횡성에서 만든 비지, 청국장, 도토리묵, 막걸리가 여주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4시도 안 됐는데 한잔에 천원하는 막걸리 단지는 벌써 동이 났다. 한 사발 그득 따라주는 막걸리에 장아찌 안주는 무제한 무료다. 상인 최수진씨는 “나는 횡성장하고 여주장만 나가요. 여기가 그래도 장사 괜찮게 됩니다”라며 넉살좋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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