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다. 추석 연휴 음식 때문이다. 한가위는 자고로 그해 첫 열매를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의미와 가족 친지들과 함께하는 것이니만큼 ‘푸짐한 음식’은 빠질 수 없다. 체중 관리가 걱정이 되지만, 조리법을 조금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 알고 만들어 먹으면 달라진다. 추석 음식은 자연이 가득한 햇재료들로 만들어진 건강보양식 그 자체니까.
송편, 직접 빚고 솔잎을 넣어서 찌라
<동의보감>에 써놓은 솔잎의 효능을 보면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신경도 안정 시키고, 머리칼도 많이 나게 하고, 항염 작용도 한다. 항산화 성분이 듬뿍 들어 있어 노화를 방지하기도 한다. 이 솔잎을 넣고 찌면 향은 물론 증기를 통해 솔잎의 효능이 침투한 건강식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가급적 송편은 사지 말고 직접 빚는 게 좋다. 직접 빚지 않은 송편은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씻지도 않고 어디서 딴지도 모르는 솔잎, 식용색소로 빛깔을 낸 반죽. 쌀가루보다 밀가루 함량이 더 많은 송편은 칼로리가 높고 소화 흡수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쌀가루 1kg을 200g씩 나누어 끓는 물 6큰술과 소금 1/3작은술로 반죽한다. 노란색은 찐 단호박 150g, 가루녹차 1작은술, 흑미가루 40g, 천연 체리가루 1/8작은술로 낸다. 송편 속은 실깨 반컵, 소금 1/5작은술, 유기농설탕 1큰술, 꿀 3큰술을 섞는다. 빚은 후 찜통에 솔잎을 앉히고 찐다.
닭찜, 껍질을 죄다 벗겨내라
추석이면 일 년 중 닭도 살이 올라 가장 맛있을 때다. 닭고기는 단백질이 높고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근육을 키우고자 하는 남자들에게도 늘 관심의 대상. 게다가 찜요리는 가장 칼로리를 줄여주는 조리법 아니던가. 가족들이 아우성을 치더라도 건강을 위해서라면 닭찜에 쓸 닭은 껍질을 철저히 벗겨야 한다. 내장과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면 칼로리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간편함 때문에 조청을 설탕으로 대치하면 맛과 영양 모두 떨어진다.
1 닭 1kg에 소금 2작은술, 청주 3큰술과 후추 약간을 넣어 1시간 재운 후 체에 밭는다. 고추기름 3큰술을 팬에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지져서 기름기를 제거한다. 2 북어 100g과 다시마 20g, 마른 표고 10개를 물에 담가 불린다. 브로콜리 100g은 데쳐둔다. 3 조청 80g, 2의 재료를 불리고 남은 물 1컵, 마른고추 2개, 간장 4큰술, 파 3큰술, 마늘 1 1/2큰술, 생강즙 1큰술, 설탕 2큰술, 요리용술 3큰술, 후추로 찜 양념을 만들어 위의 재료들에 버무린 후 찐다. 4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를 살짝 뿌려 마무리한다.
토란탕, 싱싱한 토란을 구하라
토란은 위장에 아주 좋은 탄수화물 음식이다. 위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므로 과식하기 쉬운 명절에 안성맞춤이다. 칼륨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도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다시마와 궁합이 잘 맞는데, 다시마의 알긴과 요오드 성분이 토란에 든 미량의 유해성분을 막아주어 맛을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이다. 토란은 가을 제철음식 중에서도 철이 짧기로 유명하다. 싱싱한 토란을 구할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할 메뉴 중 하나다. 국물을 내는 고기는 찬물에 오래 담가 핏물을 빼고 기름기를 철저히 제거한다. 물론 인공조미료로 국물 맛을 냈다가는 건강과 멀어지는 것을 명심하라.
1 국물은 물4l, 양파 1개, 통후추 1작은술, 마늘 6쪽, 파 1대분, 무 1쪽을 불에 올려 끓으면 찬물에 담가 핏물과 기름을 제거한 쇠고기 양지머리 600g을 넣고 90분 동안 끓인다. 고기와 무는 건져두고 면보에 밭여 맑은 육수를 만든다. 2 토란 400g은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깐다.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재료이므로 꼭 장갑을 낄 것. 한입 크기로 잘라 삶는다. 3 편육 150g과 새송이 100g은 납작썰기해서 국간장 1큰술, 마늘 1큰술, 참기름 1작은술로 밑간해 볶는다. 4 3에 1의 육수를 부어 끓인 후 미나리 적과 지단을 얹어 낸다.
전, 현미유로 구워내라
명절음식 중 가장 인기 있는 전은 평소에 늘 보던 재료들이 화려하게 단장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지, 호박, 흰살 생선들은 기름에 지져야 비타민 등 영양성분이 더 잘 흡수된다. 탄수화물이 적으므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전들은 한가위 음식 중 가장 살찌게 하는 요주의 메뉴이기도 하다. 기름을 가득 둘러 거의 ‘튀기는’ 수준의 조리는 관두자. 그리고 밀가루는 어디까지나 달걀물의 보조적인 용도로 살짝만. 그리고 기름 종류는 현미유를 추천한다. 건강에 좋다지만 올리브오일이나 포도씨오일을 쓰면 추석 음식 고유의 향을 망친다.
육전은 비계 부분을 제거하고 소금, 후추로 밑간한다. 가지와 호박전에는 홍고춧잎과 쑥갓잎으로 장식한다. 밀가루는 우리밀을 사용한다.
삼색나물, 참기름을 자제하라
야채의 좋은 점을 더 말해서 무엇하랴. 시금치는 베타카로틴과 철분, 도라지는 칼슘과 사포닌, 고사리는 단백질과 미네랄의 보고다. 게다가 나물의 미덕은 푹 익혀 부피를 줄였으므로 평소에는 많이 먹기 힘든 야채를 듬뿍 섭취할 수 있다는 점. 삼색나물 세 젓가락을 샐러드로 환산하면 세숫 대야에 가득 담아야 하는 정도다. 나물을 만들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참기름과 들기름의 지나친 사용. 기름의 향과 미끈거리는 맛이 야채 고유의 맛을 떨어뜨릴 뿐더러, 칼로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중국산 나물은 영양 가치가 거의 없으므로 산지를 잘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다.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는 각 300g씩 준비한다. 포도씨오일과 다시마육수로 조리할 것.
햇음식 먹으려 한가위를 만들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추석은 아시아권의 많은 나라들이 동시에 지내고, 서양에서는 추수감사절이 그렇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은 농경사회의 리듬에 익숙한가? 농사일도 거의 끝나가고 햅쌀과 햇과일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기를 기념하기 위해 생긴 명절이 한가위인데,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큰 명절이다. 음력 8월에 가장 물이 오르는 햇음식은 송이버섯, 토란, 배, 대추, 풋콩 등 셀 수 없을 정도. 등푸른 생선인 꽁치, 고등어, 청어도 이때가 가장 맛있다. 햇음식이 몸에 좋은 이유는 보존 과정에서 사라질 영양소가 이때 만큼은 최고치이기 때문. 또한 제철음식이 거의 자동으로 계절에 따른 신체 욕구를 충족시켜서다. 가을처럼 해가 짧아지는 시기에 나는 햇음식들은 탄수화물과 미량 비타민들이 풍부해 추운 겨울을 대비하게 해준다. 비타민 B와 단백질들이 제철을 만난 햇음식들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촉진해 우울함까지 날려준다. 아, 그래서 더 행복한 한가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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