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석_도원석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도 어느덧 지나가고 다시 풍요의 계절로 접어 들고 있다. 삼복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즐기는 음식 중 삼계탕과 황기백숙은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런데 황기백숙은 지금처럼 찬바람이 불 때가 더욱 좋다. 황기는 식은땀을 거두는 작용이 있어 땀이 많이 날 때 음식이나 약으로 이용하지만 너무 더울 때 먹으면 땀을 막아 오히려 체내의 체온조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기의 생산 조건 황기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황기의 뿌리로서‘백본(百本)’이라고도 한다. 산지에서 주로 자라고 재배하기도 한다. 황기의 뿌리는 길이가 매우 길고 땅속 깊이 박혀있을 뿐만 아니라 구멍이 뚫려 있어 속이 성글며, 잔가지가 거의 없어서 황기를 캐는 사람은 호미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힘을 주어 잡아서 뽑는 방식으로 캐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옛 사람들은 황기가 처져 있는 기운을 끌어올리고, 그 성질이 쭉쭉 뻗어 나간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황기속(Astragalus)에 제주도에서 자라는 탐라황기, 꽃이 자주색인 자주황기, 백두산 지역의 고원에서 자라는 개황기 등을 비롯해 5종이 자라고 있다. 중국에서 한류의 바람을 일으켰던 드라마‘대장금’에는 장금이 수랏간에 있을 때 잘못을 하여‘다재헌’이라는 약초를 기르는 곳으로 쫓겨나게 된다. 여기서 장금은 기르기 어렵다는 황기를 재배하여 그 노력을 인정받아 다시 수랏간으로 돌아가는 대목이 나온다. 황기가 이렇게 기르기 어려운 이유는 황기가 물 빠짐이 좋고 부식질이 많은 산간 고랭지에서 잘 재배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물 빠짐이 나쁜 점질토양에서는 뿌리가 썩는 경우가 많아 잘 자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강원도 홍천, 정선, 충청북도 제천 등의 산악지방에서 주로 재배해 왔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황기 생산은 정선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선에서는 매년 황기 축제도 열리고 있다.
황기의 효능 황기는 인삼과 함께 기를 보충하는 대표약으로 인삼 다음으로 널리 쓰인다. 한의학에서 황기는 맛은 달고 기가 강하여 전체적인 약성이 상승하는 기운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위무력증, 자궁하수, 탈항 등의 경우 및 의욕상실증, 무기력, 식욕부진, 안색 창백 등의 경우 등 우리 몸을 보하는 데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또한 황기는 소아에게도 아주 좋은 약이다.‘ 소아의 성약(聖藥)’이라 할 만큼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 신경질을 많이 내는 아이,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황기를 이용한 처방이 주로 응용되고 있다. 피부를 견고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피부과 치료에도 황기는 중요한 약재이다. 황기는 오래된 상처에서 창이 잘 낫지 않을 때, 수술후 새살을 돋게 할 때와 식은땀이 날 때, 땀샘을 건강하게 하는 데도 사용하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염증의 초기에 발적, 열감, 동통 등의 증상이 두드러져 있을 때는 황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염증의 초기에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간혹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황기의 성분을 이용한 건강차 약리작용을 나타내는 황기의 주요 성분으로 아미노산으로 혈압강하에 도움이 되는 GABA(γ-Aminobutyric acid)가 들어 있고, 사포닌 화합물로서 강장작용의 효과가 있는 astragaloside 성분이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항노화 작용이 뛰어나서 주름을 펴는 주사제재, 피부에 바르는 약품에도 황기의 추출물이 이용되고 있고 심장의 관상동맥경화증에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당나라 때 선종에게는 황기와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선종이 즉위한 초년에는 국가가 태평하고 백성들의 생활이 편하고 살기가 좋았다. 그런데 태후가 병이 들면서 선종의 근심은 깊어만 갔다. 태후의 병세가 심해져 기가 허하고 탈진해서 헛것이 보이면서 이를 다물고 땀을 비오듯 쏟는데 이때 어의의 처방으로 황기를 태후의 침실에서 달이게 하였다. 결국 황기의 기운이 방안에 퍼져 태후가 쾌차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황기의 보기효과에 대한 신뢰가 예부터 작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건강을 목적으로 황기에 차를 브랜딩하여 마시는 것은 인삼과 마찬가지로 좋은 배합이라 할 수 있다. 황기 20g 정도를 1리터의 물에 30분 정도 끓인 후 차를 우려 마시는데 필자 경험으로는 발효차를 가하는 게 풍미가 더 좋은 것 같다. 녹차도 상관은 없다. 황기는 맛이 담담하여 차의 풍미를 심하게 해치지는 않는다. 평소 식은땀이 있거나 창백하고 몸이 허약한 경우, 또는 아이들이 식사를 잘 안 하는 경우 꾸준히 음용하면 좋다. 기운이 많이 허약한 경우는 인삼과 혼용하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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