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감상평]] 효재처럼 살아요|

아기 달맞이 2009. 8. 1. 23:20

외로움에 세월을 더하면 이렇게 될까?
참으로 예쁜 책을 만났다. 이쁜 책이라는 생각에 아내를 떠 올리고 선물하고 싶었다. 나와 함께 15년을 넘게 살아온 아내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비슷한 모양새를 봐서 눈에 익숙한 풍경들 때문이라고 봐도 될 듯 싶다. 이유야 어떻든 책을 전해주는 내 손이 부끄럽게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이제야 알았냐는 말에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야? 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른 뒤 책장에서 꺼낸 책을 단숨에 읽었다. 내내 이 사람 참 외롭게 살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그 외로움을 대신하는 것으로 인형을 좋아하게 되었나 싶을 만큼 곳곳에서 묻어난다. 한복을 만들고 보자기에 마음을 담고 풀을 뽑고 찾아온 사람에게 억지를 부려서라도 음식을 먹이는 그 모든 것이 나에겐 그렇게 보인다.

외로움도 시간이라는 흔적에 사람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 쌓이면 이처럼 예쁜 모습으로 변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 시간만큼의 깊이와 무게가 자연스럽게 베어나기에 가능할 것도 같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참 유명한 사람이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살이가 이렇게 예쁘게 사는 사람을 가만 놔둘 리가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살림의 여왕,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한국의 타샤 튜더, 자연주의 살림꾼 등 온갖 수식어가 부담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효재는 그 속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 또한 이미 마음에 담아두고 실천하는 사람이기에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다는 어린시절, 마음을 주고받는 효재식 선물이야기, 창조적 살림꾸리기, 효재의 마음으로 만들어 가는 아름다움,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살아가는 부부이야기, 나이가 진정 벼슬이라는 평화로운 나이 듬 등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 무엇하나 따스하지 않은 것이 없다. 효재처럼 아름답게 사는 특별한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속에서 예쁜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본다.

아기 때는 우는 거, 좀 커서는 떼 쓰는 게, 이십대는 섹시미가, 삼십대는 여인의 우아함이 무기라면, 이 나이에 무기란 마음을 잘 쓰는 거다.(138페이지)

[효재처럼 살아요]에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중심 주제다. 여자로서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소소한 아름다움이 있다. 가정꾸리기, 먹거리, 살림살이, 설거지, 부부이야기...등이 그렇게 살고 싶은 많은 여자들로부터 공감하고 때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현재 진행형의 닮은꼴이 더러 있어서 위안 삼아 본다지만 누구나 겪는 삶의 어려움을 이겨낸 효재의 삶이 있었기에 여자들로부터 공감받는 삶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 마음을 잘 쓰는 거 여자만이 아니라 사람 누구에게나 지극히 올바른 답이고 효재가 효재로 살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에세이라고 하지만 삶을 통째로 보여주는 글 한줄, 사진 하나하나에서 베어나는 이쁜 모양새가 겉모습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속과 겉 모두 그대로 담아 놓은 이쁜 이야기 책이다.

짧다고는 말할 수 없는 시간동안 함께 해온 아내의 모습이 효재와 현재 진행형으로 닮은 점이 많다. 현실의 벽에 갇혀 마음속 담아둔 이쁜 세상살이를 다 내 놓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기에 내가 살아가는 동안 아내가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무엇인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효재(效齋)라는 단어가 주인을 제대로 만나 이름값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이름처럼 무릇 사람들에게 본 받을만한 일들로 가득차 지금보다 더 따스한 기운으로 넘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