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봄날의 여백…시간을 잠시 멈춘 골목길들

아기 달맞이 2009. 3. 27. 09:17
  • 경복궁·통의동·창성동·효자동 카페와 레스토랑
    번잡한 삼청동 대신 한적함 즐기는 사람 많아
    최근 멋스러운 카페 늘어


    • 봄이 돌아오는 3월, 주말 볕이 따사롭고 바람이 조용하다면 경복궁(景福宮)을 찾자. 이따금 까치만 울어대는 넓은 궐내엔 아무리 손님 많은 날에도 고즈넉한 여백이 있다. 조선 제일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을 돌아봤다면 다음은 경복궁 서쪽 동네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거닐어도 좋겠다.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번잡한 동쪽의 삼청동과 달리 청와대 바로 앞이라 비교적 한갓진 통의동·창성동·효자동에 최근 1~2년 새 멋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이 깃들었다. 늘 경찰이 순찰을 돌고 높은 건물은 찾아보기 힘든 동네지만, 그 덕분에 간직할 수 있었던 차분함·고요함·순박함 같은 미덕을 흠모해 모인 가게들이다. 가정집과 오래된 세탁소, 수퍼마켓이 늘어서 정겨운 골목길에 드문드문 멋스러운 가게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잠시 쉬며 브런치나 커피를 들고, 다시 걷고 싶으면 개방된 청와대 앞길까지 구경해 보자.

    • 경복궁·민속박물관·고궁박물관

      경복궁 매표소는 남쪽 광화문 뒤편 흥례문(興禮門)과 북쪽 신무문(神武門) 앞에 각각 하나씩 있고 동쪽 국립민속박물관 옆에서도 표를 사서 경복궁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는 7~18세 청소년은 1500원, 19~64세 어른은 3000원, 어린아이나 노인은 무료다. 안다면 누구나 아는 곳이 경복궁이지만, 막상 넓은 궐내를 다녀보면 모르는 곳이 훨씬 많다. 입장할 때 전각 설명과 궐내 지도가 담긴 팸플릿을 받아두면 아주 요긴하다.

      경복궁 서쪽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옆엔 국립고궁박물관이, 경복궁 동쪽 삼청동 입구 근처엔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다. 올해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이라 두 박물관 모두 12월 31일까지 관람료를 받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만하다. 경복궁과 민속박물관은 화요일에, 고궁박물관은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삼청동보다 뜨는 곳' 통의동

      고궁박물관 옆길로 경복궁을 빠져나와 길 하나를 건너면 통의동이다. 예전에는 미술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이 주로 왔는데 요즘은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려고 삼청동 대신 통의동을 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경복궁 서쪽 문인 영추문(迎秋門) 맞은 편에 작은 '뜨락'이 있는 카페 아포스트로피 S('s good taste cafe)가 숨어 있다. 가게가 작아 10여명밖에 못 앉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핸드 드립 커피로 이름났다. (02)735-9888

      영추문을 지나쳐 청와대 쪽으로 걷다 보면 정부중앙청사 창성동별관과 마주 보는 길모퉁이에 작은 카페 디미가 있다. '지미'(知味·맛을 알다)의 옛 발음을 따서 이름 지었다는 카페인데 간판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들어가서 앉아보면 아늑해 나오기 싫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친구 사이인 주인 이희재(여·30)·안지윤(여·29)씨가 직접 반죽한 생면을 쓴 파스타(1만1000~1만3000원)와 손수 구워내는 미니 링 도넛(8000원)이 유명하다. (02)730-4222

      효자로와 자하문길을 잇는 영추문길엔 가구 카페로 알려진 mk2가 있다. (02)730-6420
    • ▲ 4일 저녁 종로구 통의동의 카페 '브릭레인 스트리트'에서 손님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 중이다./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 영추문길엔 브릭레인 스트리트(Bricklane st. by vanessa)란 이름의 플라워 카페도 있다. 바네사(vanessa)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플로리스트 최은정(여·31)씨와 이경은(여·27)씨가 작업실에 놀러 온 사람들을 대접하는 기분으로 차를 타고 케이크를 구워 내놓는다. 꽃향기와 하얀 벽에 둘러싸여 미국 뉴욕에서 들여온 타바론티(tavalon tea·6000원)나 유기농 검은콩 셰이크(8000원)를 마실 수 있다. (02)3446-1747

      통의동에선 진화랑 옆 골목의 카페 스프링 컴 레인 폴(SPRING COME, RAIN FALL)도 예쁘기로 소문났다.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캐러멜 아포가토(6000원)가 맛있다. (02)725-9554

      창성동·효자동 카페&레스토랑

      영추문 길에서 청와대 쪽으로 난 골목으로 들어가면 창성동이 나오는데 여기 카페 고희가 있다. 벽마다 풍경사진이 걸린 가게 내부 인테리어가 아름답고 브런치(1만2000~2만원)도 푸짐하다. (02)734-4907

      청와대 코앞인 효자동 진명길엔 이탈리아 가정식을 파는 두오모(DUO MO)가 있다. 디자이너 친구 사이인 허인(여·38)·김희정(여·37)씨가 인테리어부터 레시피까지 공들인 가게다. 핸드 드립 커피와 와인 80여종을 갖추고 있고 '파올로 엄마의 사과 케이크'(6000원)처럼 이탈리아 현지 가정에서 배워온 메뉴가 대부분인 게 특색이다. '두오모'란 이탈리아어 이름은 '집'을 뜻하는 라틴어 'DOMUS'에서 왔단다. (02)730-0902

      두오모 뒤편엔 예스런 한옥에 들어선 이탈리안 레스토랑 까델루뽀(CA'DEL LUPO)가 있다. 효자동에선 이미 터줏대감격인 가게로 일요일은 영업하지 않는다. (02)734-5233

      청와대 연무관 뒷편에 들어선 카페 숲(SOO:P)에선 감칠맛 나는 감자 크림 크로켓(7000원)과 닭 가슴살 오픈 샌드위치(1만1000원)를 맛볼 수 있다. 브라운 아이즈 멤버인 가수 윤건(32)이 운영하는 가게라서, 가끔 직접 서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02)735-4622

      통의동·창성동·효자동 가게들은 대개 인근 갤러리와 맞춰 월요일에 쉬는데 손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영업시간이 유동적인 곳도 있다. 주인 취향대로 운영하는 가게들이 대부분이라 예고 없이 쉬는 경우가 있으니 일부러 찾아갈 예정이라면 미리 전화를 걸어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