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효재, 이사 가는 날

아기 달맞이 2009. 3. 19. 23:51

효재, 이사 가는 날

                                                                                 ■ 방송일시 : 2008년 6월 11일 밤 11시 30분 KBS1TV
                                                                                 ■ 프로듀서 : 황용호 PD, 김일훈 PD
                                                                                 ■ 연 출 : 임은정
                                                                                 ■ 제작사 : 권현정


<기획의도>
효재-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한국의 타샤 튜더, 살림의 귀재 효재.
효재라는 이름 앞에는 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붙는다.

효재는 본래 한복 디자이너다.
그런데 손수 짓는 한복 솜씨만 빼어난 게 아니다.
입는 일, 먹는 일, 집 꾸미는 일에 남다른 감각을 지니고 있다.
마술과도 같은 그녀의 살림 솜씨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어느새 효재의 이름 앞에는 많은 별칭들이 붙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신록의 5월-
효재가 이사를 간다.
7년 동안 둥지를 틀었던 삼청동 한옥을 떠나,
성북동 길상사 앞에 있는 담쟁이 넝쿨이 뒤덮인 집에서
새로운 둥지를 마련한다.

효재의 이사는 남다르다.
가능한 본래의 집 모양은 훼손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색깔을 입힌다.
마당 곳곳에 야생화를 심고, 아이비를 깔아 허물처럼 드러나 있는 배관이며 담벼락을 덮는다. 텃밭을 일구고 연못을 파는 것은 물론, 잔돌을 깔아 장독대를 뚝딱 만든다. 무엇보다 집 곳곳에 버려진 자투리 공간을 멋진 쉼터로, 야외거실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을 누구에게도 부탁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낸다. 효재는 믿는다. 공들인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건너가는 획일적인 이사방식을 벗어나
자신의 손으로 일일이 만지고 빚어서 탄생하는 효재만의 공간-
전통과 현대가 만나 세상에 하나 뿐인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
효재의 이사를 통해 그녀 살림의 비법, 살림의 정수를 들여다본다.

 

<주요내용>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효재’


효재는 살림의 귀재다.
헌것을 명품으로 만드는 날렵한 눈썰미를 지녔다.
집안 곳곳의 허물을 함부로 뜯어내거나 훼손하지 않은 채
자신이 손수 만든 천 가락지와 액자, 장식품 등으로 가려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야무진 손끝에서는 기막힌 음식들도 탄생했다.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면 기왓장을 그릇 삼아 떡을 올리고,
댓잎을 젓가락 받침대로 쓰고 손수 차를 끓여 내온다.
초근목피도 진수성찬으로 만들어내는 여자가 효재다.

효재는 아무 것도 버리지 않는다.
한복디자이너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투리 천으로 온갖 장식을 만들어내고, 일회용 포장지 대신 영원한 재활용이 가능한 보자기로 포장을 한다.
효재 살림의 비결은 철저한 재활용과 자연주의, 그리고 번뜩이는 창의력이다.

 

가장 큰 살림은 이사다!

 

7년 전 경복궁 담벼락이 내다보이는 삼청동 한옥에서 한복집을 열었던 효재는 이곳을 놀라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한옥이 입소문이 나면서 내국인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외국인 손님들까지

찾아와 문화 체험을 하기 시작했다.

7년 동안 빌려 살았던 삼청동 한옥의 계약이 끝나갈 무렵, 성북동 길상사 앞에 갔다가 벽에 담쟁이 넝쿨이 뒤덮인 집을 보고 새로운 터전을 삼기로 결심을 한다.
이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 이사는 살림의 고수 효재에게도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가장 큰 살림을 펼쳐야 할 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사가 결정되자 효재가 그릇과 수저와 밥상, 팥 주머니를 챙긴다

그리고 새로운 집 거실 한쪽에 상을 차린 후 팥을 뿌리기 시작한다.
이삿집에 팥을 뿌리는 일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행위는 이삿집에 대한 효재식 신고식이다.

 

손이 바빠야 집이 산다.


삼청동 한옥을 7년 동안 땀으로 가꾸었듯이 이번 성북동 집 또한 그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인테리어라고 하면 기존의 것을 부수고 무조건 새로운 옷을 입히는 요즘. 삼청동 한옥이 그러했듯이 효재 살림의 철학은 본래 집의 모습을 훼손하는 게 아니다. 본래 집의 모습 위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획일적인 인테리어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효재는 몇날 몇일 동안

획일적인 인테리어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효재는 몇날 몇일 동안
새로운 집을 빙빙 돌아다니며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공간 꾸미기를 결정한다.

머릿속 작업이 끝나자, 드디어 효재의 손이 바빠진다.
계단 옆 화단에 야생화와 고사리를 심고 통로마다 디딤돌을 깔아
아이비를 휘둘러 감고 마당 한쪽에 텃밭을 일군다.
그리고 마당 구석에 버려진 돌을 중앙으로 옮겨 야외테이블로 쓴다.
순식간에 연못을 파서 기와를 두르면 연못이 탄생하고, 흉물스러운 벽 한 쪽에 잔돌을 깔아서 독을 놓으면 멋진 장독대가 탄생한다.

버려진 자투리 공간을 쉼터로, 하늘구경, 별구경을 하는 장소로,
야외 휴게소로 만드는 건 기본이다. 마당꾸미기에 공을 쏟는 건 주변 정리가 끝나야
내부 이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밤낮 없이 계속된 작업... 사시사철 푸르른 자연을 끌어들인
마당이 만들어졌다. 정성을 기울이니 집의 얼굴이 본래의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해
새롭게 탄생한다.



이사의 완성은 사람이다



효재가 새로운 집의 마당에서 잡초와 씨름하고 있다 보면... 온갖 손님들, 제자들이 찾아온다. 아직 짐을 옮기지 않아 그릇도 없고 수저도 없는데도 효재는 당황하지 않는다. 마당에서 원추리 잎을 따서 그릇으로 쓰고 연잎에 밥을 쪄서 총각김치와 함께 내놓는다. 밥 하나, 반찬 하나뿐인데도 손님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드디어 새로운 집으로 짐이 들어오는 날.
효재는 만사를 제쳐두고 음식부터 만든다.
커다란 찜통에 소나무와 삼겹살을 넣고 솔향기 솔솔 나는 효재표 삼겹살을 만든다.
그리고 이사를 하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인부들을 챙긴다.
마당 한 가운데 자리잡은 커다란 돌 위에 제철과일을 올리고 막걸리가 곁들여진
소나무 삼겹살을 준비한다.

효재의 이사는 하루 만에 뚝딱 끝나지 않는다.
끝없이 궁리하고 손을 놀려야 하기 때문에 6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난한 과정을 고단함으로 여기지 않고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효재. 공들은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효재는 믿는다.
이사의 완성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일이라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손수 음식을 만들어 내고,
남은 음식은 보자기에 싸서 선물한다.

탁월한 살림 감각에, 마법의 손을 지닌 효재.
이제 막 이사의 전반전을 끝낸 그녀의 마법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