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에서 먹는 도시락 싸기 |
이효재씨가 유난을 떠는 것들을 손에 꼽자면 끝도 없지만 그중 하나로 도시락을 들 수 있다. 수수하지만 분명 특별한 데가 있는 도시락 솜씨 자랑도 할 겸, 지금이 딱 제철인 고궁 풍경도 감상할 겸 봄소풍을 떠났다. 지난해 KBS ‘인간극장’ 촬영을 하며 식구처럼 친해진 박혜령 PD와 스태프가 오늘의 소풍 멤버다. |
못 말리는 도시락 극성, 도시락 좋아하는 남편 만나 제대로 해소한다 사실 이효재씨가 야외 나가 먹는 들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상한 말 같지만, 그런 그녀가 도시락에는 애착이 많다. 도시락 좋아 이것저것 극성부리며 사 모은 리스트만도 여럿인데 재미난 것은 나름대로 각각의 이유가 붙었다는 것. 싸구려 나무 찬합도 궁리 끝에 쓸모를 찾으면 망설임 없이 구입하고 값비싼 작가의 도시락도 명품이다 싶어 덥석 사버린다. 곗돈 부어 구입한 은기 찬합엔 손뜨개로 예쁘게 옷을 입혀주었고 순전히 소풍 가서만 쓸모가 있을 포크, 숟가락도 특이하다 싶어 사두었다. 야외기분 따라 바꾸어 싸는 효재표 도시락에서 쓸 요량으로 생수병도 잘라놓고 칼집도 만들어놓는 살림 극성은 정말이지 특별하다. 절친한 지인에게 만날 “나 도시락 좀 싸다줘”라고 요구한다며, “나 죽으면 도시락 보면서 눈물 나라고 그런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도시락에 얽힌 이효재씨의 어릴 적 일화 하나. 그녀의 책 『자연스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에도 나와 있듯 어릴 적부터 예쁘지 않은 걸 못 참아 하고 유난을 떨어 늘 엄마에게 혼줄났던 이효재씨는 순전히 도시락을 싸기 위해 당시로는 꽤 비싼 마요네즈를 허비(?)하곤 했다. 멀쩡히 집에 있는 도시락은 두고 꼭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마요네즈 뚜껑을 덮어서 손수건에 싸들고 학교에 갔던 것. “엄마, 언니 좀 보세요” 하며 동생이 고자질하는 통에 늘 혼쭐났던 추억이지만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밥공기에 마요네즈 뚜껑을 덮으면 사이즈가 딱 맞아, 얼마나 예쁜데!” 하며 눈을 반짝거리는 그녀를 누가 말릴 수 있었겠나. “그런데 참 이상하죠. 이런 것들을 언제 다 쓸까 싶으면서도 그냥 애착이 가서 전부터 하나씩 구입해두었는데, 도시락에 한 맺힌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단 말이죠.” 이효재씨의 남편인 임동창 선생은 가난한 학창 시절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이 남아 아내가 도시락에 싸주는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 그러니 지면에 소개하는 이효재씨의 무궁한 도시락 아이디어는 어쩌면 남편을 위한 궁리 끝에 쏟아져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분 따라 바꾸어 싸는 효재표 도시락 사치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워낙 열망하던 물건이라 곗돈 부어 맞췄다. 사이즈별 순은 찬합을 맞춘 후 손뜨개로 옷을 입혀준 다음 안 쓰는 팔찌로 묶어주었다. 2 작가의 찬합, 옻칠한 찬합 다 10년도 넘은 것들인데 볼수록 정이 간다. 건강에 좋은 옻칠 찬합, 거금을 주고 샀다는 도시락 작가의 명품 미니 찬합, 죽은 다음 도시락 보면 나 생각나라고 친구와 똑같이 구입한 타원형 찬합. 신선한 채소나 과일, 잘라서 들고 야외로 나가면 아무래도 맛이 덜하다. 그래서 야외 갈 때에는 꼭 썰지 않은 통채소와 함께 과도를 챙겨 간다고. 도루코 과도를 넣기 위해 꽃수 놓은 무명 칼집도 따로 만들어두었다.0 4 미니 숟가락 겸 포크 도시락에도 챙겨 가지만 여행길에 기차나 휴게소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숟가락 겸 포크. 앙증맞은 사이즈와 아이디어가 재미나 구입하게 됐다고. 5 나뭇잎 젓가락과 생수통 생수병 하나도 그냥 버리지 못하는 이효재씨는 꼭 다음의 쓸모를 궁리해 요긴하게 응용한다. 생수병은 종이컵 대용으로 혹은 개인 접시로 활용하고 나무젓가락에도 옥수수 껍질이나 대나무 잎을 묶어 운치를 더한다. 일인당 하나씩 각상 받는 기분 나도록 차려내는 도시락 밭일 하다가 들에서 새참을 먹을 땐 상추쌈 싸서 입 쩍쩍 벌려가며 먹는 게 멋이지만 고궁 나들이 가서는 삶은 달걀 하나도 격조 있게 먹어야 한다는 게 이효재씨의 지론이다. 그래서 이런 도시락 쌀 때의 원칙이 있다면 일인당 하나씩 각상 받는 기분 나도록 제각각 준비한다는 것. 사람들은 3단 찬합이면 첫 칸엔 밥, 둘째 칸엔 반찬, 셋째 칸엔 후식을 넣어 다 같이 섞어 먹지만 이효재씨는 칸마다 각각 밥을 넣어 한 사람당 하나씩 준다. 또 다른 찬합엔 칸마다 장아찌든 후식이든 따로 담는다. 그녀의 찬합들이 유난히 작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점이 있다면 그릇을 많이 쓰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야외 잔디에 앉아 먹는 도시락은 꼭 누군가 지나가면서 내려다보게 돼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뻐야 해요. 그리고 같이 소풍 가는 멤버들도 이렇게 일인당 하나씩 차려주면 다들 너무 감동을 하잖아요. 그게 또 기뻐서 나는 별의별 궁리를 다 하죠.” 쌈장이나 소금, 소스 등을 넣어 갈 때 요긴하게 쓰이는 게 바로 미니 잼병. 완벽하게 소독이 돼 있다는 필름통도 소스통으로 활용해 보았지만 폼이 안 나서 포기하고 말았다고. 달걀을 찍어 먹는 소금엔, 조금 특별하라고 녹차 가루를 뿌려두었다. 7 모둠 채소와 개인 냅킨 야외에서는 물기 많고 끈적이는 과일보다 파프리카처럼 깔끔한 채소를 준비한다. 현장에서 과도로 잘라 쌈장 찍어 먹으면 너무 맛있다고. 삶은 옥수수, 가지도 덤으로 넣었다. 소풍에서 냅킨은 필수품. 일회용 티슈 말고 수놓은 무명 냅킨으로 격조를 차린다. 8 기왓장에 차린 꽃 송편 뭐든 손만 대면 예쁘게 바꾸어 놓는 이효재씨가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먹기에도 아까울 만큼 너무 예쁜 꽃 송편을 고궁 현장에서 새롭게 세팅한 것. 기왓장을 개인접시 삼아, 준비해 간 솔잎과 함께 세팅하니 보기에도 너무 예쁘다. 꽃 송편은 치자 등으로 천연물들인 떡반죽을 알갱이처럼 만들어 젓가락으로 콕콕 꽂아가며 꽃 모양을 만든 것. 밥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조금 싱겁다 싶게 양념을 하고 가운데 잘게 썬 매실장아찌를 넣어 동그랗게 모양을 낸 다음 매실장아찌, 마늘종, 풋고추로 각각 고명을 얹었다. 대나무 찬합에 밥을 넣을 땐 대나무가 물기를 머금었을 때 탁탁 털어낸 후 밥을 넣어야 한다. 대 찬합이 완전히 말랐을 때 음식을 넣으면 쩍쩍 붙어서 불편하기 때문. 10 야외용으로 만든 데님 깔개 데님 소재로 박음질해서 만든 이효재표 깔개는 부피를 차지하지 않고 톡톡해서 좋다. 여행 갈 때 차에 넣고 다니면 추울 때 이불로 쓰고, 이렇게 둘러앉아 음료수라도 먹을 때 깔개로 활용한다고. 11 생수병에 차린 삶은 달걀과 마늘종 지금 제철인 마늘종, 꼭 기름에 볶아 밥반찬으로만 먹을 게 뭐 있나. 아삭할 정도로 살짝 데쳐서 쌈장에 찍어 먹으면 너무 칼칼하다. 생수병 잘라 옥수수 껍질로 둘러 묶은 다음 이쑤시개 꽂으면 운치 만점인 개인 앞접시가 완성된다. 여기에 삶은 달걀, 마늘종 등을 넣어 개인 접시처럼 활용하고, 다 먹은 후엔 이쑤시개도 각자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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