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이션 플러스 김태영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 CF의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 장소를 섭외하는 로케이션 매니저다. 7년 동안 공간을 찾아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다니다 보니 이제 여행 전문가가 다 됐다. 공간 사냥꾼 김태영 대표가 추천하는 그림 같은 여행지로 올겨울 가족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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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CF에 등장하는 그림 같은 장소들은 모두 어디일까? 너무나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으레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CF나 드라마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촬영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도 그림 같은 곳이 많다는 뜻이다. 로케이션 매니저는 그런 장소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CF 콘티나 영화의 시나리오는 대부분 간단한 글이나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어요. 그런 내용을 실제 화면으로 옮길 수 있도록 배경이 될 만한 촬영장소를 찾아내는 게 제가 할 일입니다."
임권택 감독이 등장한 파브, 박찬호 선수가 출연했던 국민카드, 비가 등장한 니콘 카메라 등 수없이 많은 CF와 영화 '타짜', 서태지의 라이브와이어 뮤직비디오 등의 작품들이 그가 찾아낸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틈틈이 CF 작업을 하며 영화도 두 편이나 준비 중에 있어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시간보다 길 위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에 '#8 산속 오솔길-자욱한 안개를 뚫고 주인공을 태운 말 한 마리가 황톳길을 질주한다'라는 내용이 있으면 황톳길, 말, 안개와 같은 단어에서 힌트를 얻어 그런 액션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찾는 식이에요. 배우들의 동선뿐 아니라 촬영 스태프들의 포지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치밀하고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하죠. 때문에 열 군데 중 한 군데만 찾아도 행운일 정도로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입니다. 산 지 3년이 채 안 된 제 차의 주행거리가 16만km가 넘었다면 아시겠어요?(웃음)"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해 차 안에서 빵과 커피로 끼니를 때우는 게 다반사이지만, 모두가 지나쳤던 무명의 장소가 자신의 특별한 시선으로 작품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걸 볼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고 감동스럽다.
"얼마 전에는 카메라 CF 장소를 헌팅 하러 제주도 야생 노루 생태공원에 갔어요. 그런데 그곳에 가끔 산에서 들개가 내려와 노루들을 물어간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밀림처럼 우거진 숲에 가만히 앉아서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저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고개를 드니 들개 세 마리가 저를 향해 달려오더라고요. 바로 카메라 메고 도망쳤죠. 가시덤불에 다리가 긁히는 줄도 모르고 뛰었는데 그땐 정말 죽는구나 싶었다니까요(웃음)."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가수 비가 등장한 니콘 카메라 CF다. 무서움이 많은 편이라 폐가나 폐건물을 헌팅 할 때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단다.
"제가 무서움이 많아요. 그렇지만 아무리 무서워도 한번 헌팅을 나가면 구석구석 다 살펴보고 돌아와요. 제가 그 시간, 그 자리에서 헌팅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오거나 누군가 제 일을 대신 해야 하거든요. 으스스하거나 공포스럽다는 건 그 분위기를 탄다는 거예요. 그 분위기를 느껴야 작품에 맞는 장소를 제대로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좋은 곳에 가면 또 가슴이 벅차고 감동이 밀려오죠. 공간이 주는 감동은 이루 다 설명을 못해요."
7년 동안 이 일을 하며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보니 외국 못지않게 좋은 곳이 많다. 그동안 다녀본 곳 중 가볼 만한 장소와 사진 찍는 노하우를 모아 얼마 전에는 「사진발 좋은 여행지, 101」라는 제목의 여행서도 냈다. 공간 전문가 김태영 대표의 '좋은 여행지 고르는 팁'은 무엇일까?
"많은 분들이 여행지로 어디가 좋은지 물어보세요. 의사한테 진찰을 받는 것과 똑같아요. 배가 아프다면 어디가 아픈지, 아랫배인지 윗배인지, 쿡쿡 찌르는지, 당기는지, 그런 것들을 알아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잖아요. 여행도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얼마 동안 가는지 기본적으로 정하고 어느 한 곳을 포커스로 정했다면 그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가족 여행을 갈 때는 가까운 범위 안에서 가능하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좋아요."
김태영 대표는 절경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고 말한다. 그곳을 찾은 장소, 함께하는 사람, 그리고 그곳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는 것. 보이는 것보다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여행 전문가의 조언이다.
김태영 대표가 추천하는 올 겨울 최고 가족 여행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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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백설기 같은 눈을 볼 수 있는 곳. 몇 년 전 시리도록 맑은 계곡 폭포에서 화장품 광고를 촬영했던 곳이다. 하늘을 향해 일자로 뻗은 침엽수와 파란 하늘, 폭신하게 쌓인 눈이 절경이다.
위치 강원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 가목리 일대 메주와 첼리스트(033-562-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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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은 예로부터 풍요로운 땅이었다. 농암종택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오랫동안 전통을 이어온 종택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얼마 전부터 한옥 민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방학을 맞은 아이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여행지. 안동한우불고기타운에서 한우를 맛본 뒤 인근 체화정과 청원루, 하회마을도 둘러보자.
위치 :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 612 농암종택(054-84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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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여름의 멋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엔 진정 겨울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 양양 쏠비치 리조트다. 지중해풍의 로맨틱한 풍광으로 부부들 사이에서 결혼기념일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은 곳. 따끈한 스파에 들어가 솜사탕 받아먹듯 한없이 흰 눈을 먹어치우는 겨울 바다를 바라보는 낭만적인 체험을 해보길.
위치 :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 산2-1(1588-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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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홍보 CF에 등장했던 곳. 경기도 유일의 내만갯골과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 염생식물과 붉은발 농게, 방게 등 각종 어류, 양서류가 서식하는 등 자연 생태가 유지되어 있다.
위치 : 경기 시흥시 장곡동 724-10 갯골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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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화려함이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난 예술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곳. 장흥 카페촌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 지역은 몇 년 전 침체기를 맞았다가 아트파크 조성으로 색다른 문화 체험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조각공원에 설치된 놀이시설은 토리코 호리우치 맥아담의 'B'bob 놀이터'.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위치 : 경기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8번지 장흥 아트파크(031-877-0500)
6 눈의 천국, 횡계 눈밭 여행
여름에는 푸른 초지와 시원함이 멋지고 겨울이면 눈 덮인 봉긋한 언덕이 매력적인 곳. 가까운 곳에 대관령목장과 양떼목장이 있고 매년 눈꽃축제가 열릴 때 찾아가면 볼거리가 풍성하다. 횡계에 가면 황태구도 빼놓지 말고 먹어보자.
위치 : 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
■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인성욱 ■사진 & 자료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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