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거칠고 삶은 팍팍하다. 게다가 11월의 스산한 기운은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든다. 바로 이럴 때 들어야 정말 제 맛 나는 교향곡이 있다. 차이콥스키의 ‘비창’이다. ‘비창’ 교향곡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만큼 격정적이고 처절하기까지 하다. 제아무리 세상에 속고 세월 때문에 운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것보다 더 큰 비애가 스며 있는 ‘비창’ 교향곡을 듣노라면 자신의 아픔이나 상처는 별것 아니란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개 나의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을 목도하고 마주하면 정작 내 슬픔은 오히려 별 게 아닌 것이 돼버리는 이치와 같다. # 올해 우리나라를 찾아온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적잖게 ‘비창’ 교향곡을 들려준 바 있다. 블라디미르 유롭스키가 이끄는 런던필, 자난드레아 노세다가 이끈 BBC필, 그리고 크리스토프 에션바흐가 이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이 ‘비창’ 교향곡을 들려줬다. 하지만 ‘비창’을 가장 비창답게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역시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이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비단 ‘비창’을 작곡한 차이콥스키가 러시아인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필이 러시아 최고의 연주 기량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 적어도 ‘비창’ 교향곡을 지휘하려면 그만한 삶의 연륜이 묻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올해 서른여섯 살의 유롭스키가 제아무리 뛰어난 감성을 갖고 있어도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비창’ 교향곡을 올해 일흔 살의 노장 테미르카노프만큼 풀어낼 수 있을까. 에션바흐의 지휘가 제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러시아적 정서가 묻어날 수밖에 없는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테미르카노프만큼 속깊고 울림있게 펼쳐내긴 어려울 것이다. # 그래서일까. 13일 저녁 ‘맨손의 거장’이라 불리는 테미르카노프의 지휘하는 모습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그 뭔가가 있었다.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하기 위해 포디엄에 오를 때 그로부터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온화하지만 당찬 기운 그 자체였다. 그가 맨손으로 지휘하는 모습은 우아하며 황홀했다. 하지만 무 엇보다도 그가 지휘를 마친 후 관중을 향해 정중히 답례하며 서 있는 모습은 위엄과 당당함, 그리고 진심과 위선의 박수 갈채조차 구별할 줄 아는 지혜의 눈빛이었다. # ‘비창’ 교향곡이 거친 세월을 이겨내고 팍팍한 삶을 추스르게 만드는 응원가일 수 있다면,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은 삶의 역전을 희망하는 모든 이에게 용기를 주는 ‘18번’이 될 수 있다. 지난 12일 저녁 테미르카노프가 이끈 상트페테르부르크 필이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 연주를 마치자 거의 모든 청중이 일어나 10분 넘도록 기립박수를 보낸 것도 무의식 중에 다시 삶을 패배에서 승리로 역전시켜 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 까닭이리라. 쫓기던 러시아군이 전세를 역전시켜 되레 나폴레옹군을 퇴각시키고 승리를 거두는 스토리가 담긴 격정적인 ‘1812년 서곡’! 웅장한 러시아 국가와 혁명의 열기를 담은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전황과 전세에 따라 잦아들고 커지기를 반복하며 교차하는 가운데 대포 소리와 승리의 종소리가 압도하는 피날레에서 감동하고 감격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 세월이 거칠고 삶이 팍팍할수록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삶을 추스르게 해줄 ‘비창’ 교향곡을 이 만추의 계절에 들어보자. 그리고 다시 한 번 인생역전의 쾌거를 이루도록 ‘1812년 서곡’에 빠져보자. 움츠린 삶의 안이함과 구차함을 대포 소리가 깨워줄 것이다. |
몇일전 중아일보에 논설위원이 쓴 글인데
저는 그 논설위원 글을 자주 봅니다
당당하게 지금의사회 비판하고 때론 마치 수필가처럼 잔잔하고 정감이 넘치는 글을 ...
물안개 마음에 꼭 드는글을 자주 쓰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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