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방

심장병·암 예방 물질 풍부 단양·고창 농가 수익원으로 자리 잡아

아기 달맞이 2015. 4. 29. 18:00

대한민국은 지금 ‘아로니아·블랙커런트’ 열풍

전국을 뒤흔들었던 블루베리의 인기가 사그라질 무렵, 새롭게 떠오른 베리 강자가 있다. 아로니아와 블랙커런트다. ‘안토시아닌 왕’으로 불리는 아로니아와 ‘눈 건강 지킴이’ 블랙커런트의 효능과 인기비결을 살펴본다.

베리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베리(Berry)란 장과(漿果) 즉, 과육이 연하고 껍질이 얇은 토마토, 감 등의 과일을 뜻한다. 하지만, 보통 ‘베리’라하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딸기종류의 열매로 불린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벌써 베리 바람이 두 번 휩쓸고 지나갔다. 첫 번째 바람은 복분자·오디였다. 남성건강에 효능이 탁월하다고 알려지면서, “복분자,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모 식품업체 TV광고까지 인기를 끌었다.

복분자·오디 다음으로 국내를 강타한건 블루베리였다. 지난 2002년 <타임>이 ‘건강에 좋은 슈퍼 푸드 10가지’ 중 하나로 블루베리를 꼽으면서 인기가 시작돼, 충청도와 전라도지역에서 많이 재배했다.

지금 새롭게 불고 있는 베리 바람은 아로니아와블랙커런트다.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수확한 열매가 연말에는 동이 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전북 고창군은 국내 최대 아로니아·블랙커런트 생산지다.
전북 고창군은 국내 최대 아로니아·블랙커런트 생산지다.

유럽에서 온 베리 2종 국내에서도 잘 자라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베리에 열광할까. 바로 베리 종류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성분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은 식물의 꽃과 열매에서 색상을 내는 물질로,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특히 항산화작용이 뛰어나 심장질환과 암을 예방한다고 알려졌다. 프랑스인들의 음주량이 유럽 평균의 3배 가까이 되지만, 심장질환과 고지혈로 인한 사망률은 가장 낮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985년 국제보건기구(WHO)는 와인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이 같은 현상의 비밀이라고 밝혀냈다.

수많은 베리종 사이에서 아로니아와 블랙커런트가대세가 된 이유는 수익성과 적응력에 있다. 박필재 고창농업기술센터 특화작물팀 팀장은 “블루베리가 인기를 끌자 다양한 베리종을 국내에서 재배하고자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사이베리는 씨가 크고 과육이 얼마 없어 수익성이 떨어지고, 크랜베리는 기후가 맞지 않아 재배가 어려웠던 것이다. 박 팀장은 “아로니아와 블랙커런트가 우리나라 기후에서도 잘 자라고 수익성도 뛰어나 재배농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병·암 예방 물질 풍부 단양·고창 농가 수익원으로 자리 잡아

 

아로니아에 천연 항산화물질 가득

아로니아는 안토시아닌 ‘종결자’다. 연구마다 구체적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아로니아에 안토시아닌이 가장 많이 함유됐다는 게 공통된 내용이다. 미국 농무부 산하 벨트스빌 농업연구센터의 위징박사가 200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로니아 1g에는 안토시아닌 160.2㎎이 들어 있다. 이는 블루베리(1g당 1.2㎎)의 133배, 크랜베리(1g당 0.32㎎)의 500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덕룡 중앙대 약대 명예교수는 <아로니아 내 몸을 살린다>에서 “아로니아 열매에서 추출한 색소배당체인 아로니아C3G는 체내 유해산소를 제거하고 면역 및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강력한 천연 항산화 물질”이라고 밝혔다.

아로니아라는 이름은 미국에서는 과육 특유의 시큼하고 떫은 맛 때문에 먹으면 입이 쪼그라든다고 해서 초크베리(Choke berry)라고도 불린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며 20세기 초에 유럽에 소개됐다. 현재는 폴란드에서 전 세계 아로니아의 90% 이상이 생산되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06년 처음 들어와 충북 단양과 전북 고창이 아로니아 주요 재배지로 1·2위를 다투고 있다.

현재 아로니아 재배면적은 단양군이 105헥타르, 고창군은 120헥타르에 달한다. 아로니아는 맛이 시큼하고 떫기 때문에 생과를 먹기보다는 가공해서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열매를 건조한 뒤 가루로 만들어 요거트에 타먹기도 하고 엑기스나 주스, 차, 잼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해외에서는 말린 아로니아를 반죽에 넣어 빵을 굽거나 아로니아로 와인을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향기와 당도 으뜸 블랙커런트

블랙커런트는 북유럽과 아시아가 원산지로 러시아에서는 11세기부터 재배했다. 영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 무역로가 끊겨 과일을 들여오지 못하게 되자 블랙커런트 재배를 왕실 차원에서 권장했다. 예부터 블랙커런트 생과로 만든 주스는 해열제로 쓰였고 열매를 설탕에 졸여 만든 시럽은 인후염에 썼다.

블랙커런트는 비타민C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델피니딘3 루티노시드’와 ‘시아니신3 루티노시드’는 블랙커런트에만 존재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다. 이때문에 특히 눈 건강에 효과가 크기로 유명하다. 지난 2009년 일본 히로사키대학 연구팀은 블랙커런트가 눈 주위 혈행(血行)을 개선하고 다크서클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임상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또한, 스코틀랜드작물연구소(SCRI)는 블랙커런트가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EU(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연구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전북 고창, 전남 순창, 장성 등지에서 블랙커런트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또한 블루베리보다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강원도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생과용으로는 달콤하고 알이 굵은 흑단1호 품종을, 가공용으로는 생산성이 뛰어난 벤 시리즈 7종을 재배한다.

블랙커런트는 당도가 평균 15~16브릭스(Brix· 과일이나 와인과 같은 액체에 있는 당의 농도를 대략적으로 정하는 단위)다. 딸기(10~12브릭스)나 수박 (11~12브릭스)보다 더 달콤해 디저트로 제격이다.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 먹거나 설탕에 졸여 시럽을 만들고 잼, 술, 푸딩 등 여러 요리에 쓸 수 있다. 향기 역시 일품이다. 와인전문가들이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의 향을 묘사할 때 ‘블랙커런트 향이 난다’고 말할 정도다. 차로 즐기면 향이 그윽하고 향신료로도 두루 쓰인다. 블랙커런트 추출물로 만든 대표적 향수로는 조말론의 블랙베리앤베이가 있다.


	1. 폴란드는 전 세계 아로니아 생산량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1. 폴란드는 전 세계 아로니아 생산량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2. 블랙커런트는 차로 즐기면 향이 그윽해 향신료로도 쓰인다.

고창군 “베리 메카로 거듭나겠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아로니아와 블랙커런트 재배 면적을 보유한 고창군은 아로니아 상품개발에 힘쓰는 한편, 블랙커런트를 차세대 고소득 작물로 보고 육성 중이다. 지난 2014년에는 기존 복분자연구소를 베리&바이오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연구범위를 넓혔다. 이 연구소는 베리 작물의 기능성을 분석하고 국내 도입가능성 여부를 연구한다. 또한 가공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베리&바이오연구소가 개발한 아로니아 식초는 전라북도 생물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14년 고부가가치식품 가공기술개발지원사업 품평회에서 우수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필재 팀장은 “아로니아는 병충해에 강하고 적응력도 뛰어나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재배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이라며 “대부분 가공해서 섭취하기 때문에 아로니아 농가와 가공라인을 연결해 농가들이 판로를 쉽게 확보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고창군은 올해부터 블랙커런트 흑단1호 묘목을 지원한다. 베리 작물 재배경험이 있는 농가들을 대상으로 2헥타르 면적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블랙커런트 상품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상태”라며 “아로니아보다는 병충해에 약하지만 가공이 필요한 아로니아와 달리 생과로 먹을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고창군의 블랙커런트 출하량은 1톤이었고, 올해 예상 출하량은 3톤이다. 고창군은 블랙커런트 출하량을 점차적으로 늘려 현재 아로니아(연 300톤) 수준까지 도달하는 게 목표다.

Mini interview ● 최용호 불로장생베리팜 대표 인터뷰


	네이버에서 블로그 ‘고창아로니아 다솜아빠’를 운영하고 있는 최용호 불로장생베리팜 대표.
네이버에서 블로그 ‘고창아로니아 다솜아빠’를 운영하고 있는 최용호 불로장생베리팜 대표.

 

“7년 전 시작해 이제는 대형 제약사와 손 잡았습니다”

“작년에 아로니아 생과를 10kg당 10만원에 팔았습니다. 그렇게 12톤을 판매했으니까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죠?” 최용호 불로장생베리팜 대표는 아로니아 정착 초기부터 재배를 시작한 대표주자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아로니아 농장은 15개, 전체 재배면적은 1만9834㎡(6000평)로 국내 최대 규모다.

최 대표는 지난 2008년 지인에게 아로니아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서울에 살던 그는 무작정 고향 고창군에 내려와 땅 3305㎡(1000평)를 임차하고 아로니아 묘목을 심었다. 최 대표는 “서울에서 하던 사업도 부도난 마당에, 생소한 과일을 키우겠다고하니까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다”며 “하지만 아로니아 효능에 대해 알아보고 나서 확신이 생겨 도전했다”고 회상했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었던 최 대표는 “막막한 마음에 고창군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상담도 하고 기술도 배웠다”며 “다행히 아로니아가 적응력이 강해서 재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 좋은 아로니아를 생산하기 위해 농약은 물론이고 잡초방지용 비닐도 사용하지 않는다.

아로니아 농사에 뛰어든 지 4년이 지난 2012년경엔 품질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하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처음에는 지인들 위주로 아로니아를 판매하던 그는 한계를 느꼈다. 지난 2013년 7월에는 무작정 포털사이트에 개인 블로그 ‘고창 아로니아 다솜아빠’(http://blog.naver.com/gochangnamu)를 개설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아로니아 재배과정을 꾸준히 블로그에 올렸더니, 하나 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고객 중 90% 이상이 블로그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이다. 최용호 대표는 “묘목에서부터 열매수확까지 매일 일기 쓰듯 게시물을 올리니까 소비자들에게 ‘정말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준 것 같다”며 “지금은 ‘다솜아빠’ 하면 알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 2014년 9월에는 일동생활건강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 대표는 요즘 묘목사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고창에서 온 게 알도 굵고 잘 큰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끊임없이 문의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그는 “상반기에는 묘목 때문에 바쁘고 하반기에는 열매 때문에 바쁘다”며 “최근에는 귀농인(歸農人)들을 위한 강의도 시작해 쉴 틈이 없지만 남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웃었다.

/이코노미 조선
고창(전북) = 이수빈 객원기자 anagram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