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마을신에게 돼지 바치고 안녕기원
김녕리서 주민 500명 참가해 축제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간 풍습인 '돗제'가 축제의 형식으로 처음 열렸다.
제주관광공사와 김녕리는 30일 김녕리 어울림센터 일대에서 주민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돗제를 열었다. 돗제는 사단법인 제주큰굿보존회의 진행으로 제청차림, 초감제, 뼈감상, 고기썰기, 돗제본풀이 등의 순서로 치러졌다. 돗제가 끝난 뒤에는 '돛추렴'(돗제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함께 음복하거나 돼지고기를 나눠 먹는 풍습)을 재연했다.
돗제는 돼지를 뜻하는 제주어 '돗'(豚)과 제사란 의미의 '제'(祭)가 합쳐진 말로, 마을에 있는 신을 위해 돼지를 바치는 민간신앙의 하나다. 박윤보 김녕리 이장은 "돗제는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돼지를 잡고 심방(무당)을 초청해 굿판을 벌여 액운을 막고 안녕을 빌어 가족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이라고 말했다. 축제장 한편에는 돗통시(돼지우리·사진)를 재현해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널리 알렸다.
돗제가 열린 김녕리는 세계지질공원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이 있는 마을이다. 이번 축제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핵심마을 활성화 사업'으로 열렸다. 예로부터 김녕리에서는 주로 겨울철 집집마다 좋은 날을 택일해 돗제를 치러왔다. 제가 끝난 뒤에는 이 지역에서만 조리하는 음식으로 돼지고기 삶은 물에 모자반(몸)과 조, 살을 넣어 끓인 '몸죽'을 만들어 돼지고기와 함께 이웃 주민이나 낯선 이들에게 대접한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 섭취가 어려웠던 제주사람들이 이웃과 나누기 위해 끓였던 것이 몸죽이다"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사진 제주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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